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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개악된 공수처법, 정권 수사 막고 판검사 압박 악용 우려된다

입력 | 2019-12-25 00:00:00


범여권 ‘4+1 협의체’가 합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수정안이 2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수정안은 원안보다 더 개악됐다. 두 가지 원안 중 하나인 권은희안에 있던 기소심의위원회를 받아들이지 않아 공수처의 기소권을 통제할 장치가 사라졌다. 공수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에 대해서는 수사권만 갖고 판사와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는다. 공수처는 자신이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는 판검사 수사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법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검경이 고위공직자에 대해 수사할 경우 사건의 이첩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또한 수정안에는 검경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까지 추가됐다. 공수처가 구성되면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 사건’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 현재 검찰이 하는 것과 같은 정권 핵심부 관련 사건을 모조리 가져갈 수 있다는 의미다.

공수처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처장 임명 시 국회 동의’ 조항이 권은희안에 들어 있었으나 이마저 사라졌다. 공수처장은 2명의 후보가 추천돼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임명한다. 처장추천위원회 위원 7명 중 6명이 추천에 동의해야 한다. 야당 몫 위원이 2명이어서 일견 여야 합의 없이 추천이 힘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후보 2명을 추천하는 방식은 결국 여야가 미는 후보가 각각 1명씩 포함되고 이 중 여권이 미는 후보가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장 자격요건은 15년 이상 변호사 경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관들이 예외 없이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인 것을 보면 초대 공수처장도 민변 출신이나 비슷한 성향의 법조인이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장 밑의 검사와 수사관도 수사 경력이 필요 없어 민변 출신 변호사들의 대거 진입을 견제할 장치가 없다.

공수처는 내년 7월 발족이 목표다. 임기가 3년이므로 초대 공수처장의 임기는 2023년 7월까지다. 현 대통령 임기 후반과 차기 정권 초반 현 정권에 대한 수사권을 현 대통령이 구성하는 공수처가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무소불위 검찰 권력 견제’라는 원래의 목적을 살리면서 정치적 중립성도 확보할 수 있는 여러 개혁 대안이 있는데 굳이 이렇게 많은 부작용이 예상되는 방향으로 입법을 강행하려는 이유가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