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을 거느린 한진(韓進)그룹은 1945년 조중훈 회장이 트럭 한 대로 시작한 운수회사에서 태동했다. ‘한진’의 뜻 자체가 나라의 발전을 위한다는 ‘한민족의 전진’이다. 그 이름대로 한진해운(지금은 파산했지만)은 바닷길을, 대한항공은 하늘길을 개척해 왔다. 아들인 고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을 세계적인 항공사로 키워냈고 평창올림픽 유치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한국 기업이 압축 성장하면서 공(功)만큼 과(過)도 있기 마련일 테지만, 한진이 수송보국(輸送報國)을 이뤄낸 것은 사실이다. 이런 기업이 3세에 이르러 ‘국민 밉상’이 됐다.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땅콩 회항’, 차녀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물컵 갑질’, 어머니 이명희 씨는 ‘사택 갑질’로 연일 뉴스를 장식했다. 장남 조원태 한진그룹 현 회장 역시 폭행 사건에 연루된 적이 있다. 한동안 조용했던 한진 일가가 다시 소란하다. 이번에는 누나와 동생이 경영권 다툼을 벌일 모양이다. 4월 조양호 전 회장 별세 이후 취임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상대로 누나 조 전 부사장이 ‘공동 경영하라는 유훈과 다르다’며 공식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조 전 부사장은 경영 복귀가 무산되면서 600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 납부까지 막막해졌다. 그러면서 남매간 갈등을 숨길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