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9단에게 2-1로 이긴 AI 한돌… 새로운 상황 대처능력 약점 드러나 자율주행 등 문제 풀려면 보완 필요 산업 등 실세계 AI 연구, 최근 성과…美-中과의 경쟁서 뒤처지지 않을 것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AI연구원장
먼저, 다시 AI의 승리로 결판나면서 AI 기술이 상당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바둑처럼 잘 정의된 문제는 아무리 복잡해도 AI가 결국 사람을 능가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제 사람은 AI를 거부하기보다는 산업적으로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경비를 절감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데 이용해야 한다.
이세돌이 이긴 제1국은 AI 기술의 한계와 발전에 대한 힌트도 줬다. 이번 경기는 두 점을 접어주고 두는 방식이었고 이는 한돌에게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었다. 학습할 시간도 부족했고 학습 데이터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 개발자들의 설명이다. AI는 데이터 경험이 부족한 새로운 상황에선 인간처럼 빨리 적응하지 못하며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이는 AI가 자율주행 같은 현실의 문제를 풀려면 아직 숙제가 남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구글 딥마인드사의 알파고 같은 가상세계 AI 기술은 한국이 미국에 선두를 빼앗겼지만 실세계 AI 분야에서는 우리가 리드할 수 있다. 실세계 AI는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한국은 스마트폰, 반도체 등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을 가졌다.
현실에서 발생하는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변화를 학습하는 AI 기술은 우리나라가 이미 리드하고 있다. 2015년부터 추진된 자율지능 인지에이전트 프로젝트에서는 웨어러블 안경을 쓰고 실세계의 변화하는 환경을 학습하는 기술을 연구해 성과를 거뒀다. 2016년에는 포스코가 이 센서기반 실세계 AI 기술을 철강에 적용해 올 7월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26개의 등대공장에 한국 기업으론 유일하게 선정됐다.
실세계 AI 기술은 사물인터넷 센서 및 통신 기술과 연계돼 가정, 병원, 공장, 물류창고, 쇼핑몰 등에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올 초 시작한 베이비마인드 프로젝트는 아이들이 태어나서 세상을 알아가고 학습하는 뇌인지 발달과정을 모사하는 인간 수준 AI 기술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다. 이는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기계상식추론 연구와도 관련되나 우리가 먼저 시작했다.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AI 연구가 뒤처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머신러닝 같은 원천기술에 투자하지 않고 인력을 양성하는 데 게을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최근 AI 인력 양성 및 연구 지원에 대한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학술대회에서 국내 연구진의 연구 결과가 점점 더 많이 발표되고 있다. 로보컵, 이미지-영상 인식, 스토리 생성, 질의응답 등 다양한 분야의 국제 AI 기술 경진대회에서도 1위를 차지하거나 입상해 국내 기술력의 우수성을 세계에 증명했다. 산업계에서도 AI 기술을 도입해 기획, 제조, 서비스, 기술개발의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노력들이 다방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전자, 기계 분야의 하드웨어 기술력에 지속가능한 자율학습 AI 기술을 포함한 우수한 기술이 접목되면 실세계 AI 분야에서 탁월성과 폭발적인 시너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실세계 AI 기술에서는 우리가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가 될 것을 확신한다.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AI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