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교수와 대학원생들이 과제 발표를 마친 뒤 와인을 들고 건배하고 있다.
지명훈 사회부 대전주재기자
이번 수업의 목적은 한국이 비교 우위인 반도체의 설계와 공정 처리를 인공지능(AI)이 대신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당장 해외 유명 학술지에 제출해도 좋을 내용이 나왔다. 토론도 이어졌다. 대학원생 한은기 씨는 “데이터가 많은 미국과 중국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 같다”고 우려한 반면 김조우 씨는 “고급 데이터가 많은 한국이 여전히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응용 분야 전문가인 김 교수는 발표 중간에 자주 끼어들며 질문했고 박사과정생 5명으로 구성된 과제 평가단은 발표를 마친 뒤 질문했다. 대학원생 노대환 씨는 “농담마저 오가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발표하고 질책이 아니라 조언, 제안이 포함된 질문을 받는다”고 말했다. 발표를 모두 마치자 김 교수가 미리 준비한 와인 8병이 개봉됐다. 시험장은 금세 잔을 부딪치는 소리와 웃음소리로 떠들썩해졌다. 김 교수는 “수업효과는 즐겁고 자유로운 분위기일 때 가장 높다. 수업에 대한 좋은 기억은 이후 연구와 직장생활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내게 해준다”고 말했다.
미래의 대학은 어떤 모습일까. 올해 4월 KAIST 구성원들이 펴낸 저서 ‘행정도 과학이다’는 캠퍼스형 대학이 사라진다는 미래학자의 경고를 전하면서 ‘3A 대학’을 전망했다. 3A는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Anyone, Anytime, Any place)’를 뜻한다. 김 교수는 “이미 전 세계 명문대 강의를 유튜브로 시청할 수 있고 이런 교육 콘텐츠를 보유한 구글이 대학을 세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강의실의 일방적인 강의가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제 우리는 ‘추격자’가 아니라 ‘창조자’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파티 같은 수업이 창의적인 리더를 키울 수 있다면 현재 강의실의 모습을 한 번쯤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
지명훈 사회부 대전주재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