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반면 자신의 약점을 이야기할 때는 줌아웃(zoom-out)하는 것이 좋다. 역시 취업 인터뷰 등에서 자신의 약점에 대해서는 보다 넓은 맥락에서 그동안 개선과 보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 올해도 우리 각자에게는 수많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운이 좋아 노력의 결과가 생각보다 더 좋았던 일도 있을 것이고, 예상하지 못했던 안 좋은 일이 있었을 수도 있다. 올해 일정표나 자기만의 기록 등을 살펴보며 한 해를 돌아보자. 먼저 올해 좋았던 일들은 줌인해 구체적으로 돌아보자. 그때 어떤 느낌이었는가? 사람들이 축하나 응원하기 위해 보내준 메시지나 이메일이 있다면 다시 찾아서 읽어보며 그때의 기분을 다시 느껴보자. 더 들어가서 그때 좋은 일을 위해 도움을 준 사람이 생각난다면 감사 전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보내보는 것도 좋겠다. 내게 벌어진 좋은 일을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어느 것 하나 나 혼자서 이룰 수 없다는 진리도 알게 된다. 예를 들어, 올해 내가 진행한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는 몇 년 전 워크숍에 참여했던 고객분이 직장을 옮기면서 나를 기억하고 추천해주면서 시작되었다. 올해 그렇게 좋은 일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이유일까? 내년에도 이런 좋은 일이 생기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의 좋은 기분을 기록해 두자. 나중에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거나 우울할 때, 이런 기록을 꺼내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수 있다. 6년 전부터 연말이 되면 나는 아내와 그해에 있었던 좋은 일을 10가지씩 꼽아 ‘우리만의 톱10 리스트’를 만들고, 이를 공책 크기의 캔버스에 사인펜으로 그린다. 그리고 새해에 원하는 새로운 톱10 리스트를 캔버스 뒷면에 적어둔다.
내게도 올해 안 좋은 일은 당연히 있었다. 누군가의 말 때문에 속상했고, 조직 내부의 정치적인 문제로 기대했던 프로젝트가 날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일을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면 보다 여유를 갖고 대처할 수 있다. 연말에 사람들과 만나 한 해를 돌아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자기 자신과 마주 보며 한 해를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동네 서점이나 문방구에 가서 마음에 드는 공책 한 권을 사서, 따뜻한 차 한 잔을 시켜 놓고, 나만의 2019년과 2020년 리스트를 만들고, 사안에 따라 줌인하거나 줌아웃하는 일. 누구에게나 올 한 해 동안 힘이 나는 좋은 일이 있었고, 또 힘 빠지게 만드는 속상한 일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경험으로부터 자기만의 지혜를 찾아내지는 않는다. 경험으로부터 지혜를 얻어가려면 성찰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한 해의 소중한 경험들을 낭비하지 않는 연말이 되었으면 한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