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유럽 최장 케르치 철교 개통 크림반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 과시… “관광-물류 연결 러 경제에도 활력” EU “철교 탓 선박통행 제한” 비판… 해빙무드 러-우크라 관계 악화 전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23일 러시아 본토와 러시아가 2014년 합병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케르치 철교 개통식의 시험운행 열차에 탑승했다. 러시아는 흑해의 지정학적 요충지인 케르치 해협에 지난해 대교, 올해 철교를 잇달아 개통해 우크라이나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타만=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철교 개통식에 참석했다. 직접 열차 기관실에 탑승해 철교 위를 달리며 일대도 시찰했다. 그는 “연간 1400만 명의 여행객과 1300만 t의 물류가 러시아와 크림반도를 오갈 것”이라며 “러시아 경제 전반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푸틴 정권은 크림반도 합병 직후부터 “러시아와 크림반도의 인력, 물자 이동을 활발하게 하겠다”며 현재 유럽에서 가장 긴 철교인 이 다리의 건설을 추진해 왔다. 푸틴 정권은 지난해 5월 본토와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자동차용 ‘케르치 대교’를 먼저 완공했다. 당시에도 푸틴 대통령은 직접 트럭을 몰고 케르치 대교를 건넜다.
앞서 9일 푸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親)러시아 반군의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의 전면 휴전을 합의했다. 하지만 이날 케르치 철교 개통으로 5년 만에 찾아오는 듯했던 양국의 해빙 무드도 악화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와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철도는 과거 나치 독일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의 숙원 사업이기도 했다. 히틀러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옛 소련 정복 및 남부 유전 장악을 위해 케르치 철교 건립을 추진했다. 독일군은 이 다리를 약 30% 건설했을 때 소련군이 진격해 오자 소련군의 침입을 차단하기 위해 폭파시켰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