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현지시간) 홍콩 전역 주요 쇼핑몰에서 경찰과 격렬한 충돌을 벌였다. 지난 달 말 지방 의회 선거 이후 한 달 가까이 이어졌던 평화가 깨지고, 이튿날 새벽까지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했다.
AFP통신·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날 침사추이·위안랑·몽콕·코즈웨이베이 등 홍콩 18개구 전역에서는 산타 모자를 쓰고 루돌프 모자를 쓴 시위대가 쇼핑몰을 가득 메웠다.
한국인도 많이 찾는 침사추이의 고급 쇼핑몰 하버시티에서만 수천 명의 시민들이 시위에 동참했다.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되는 듯 했던 쇼핑몰 점거 집회는 갈수록 과격한 양상을 띄었다.
하버시티에서는 사복 경찰이 시위대에 포위되자 후추 스프레이와 곤봉을 사용했고, 이에 분노한 군중들이 경찰을 향해 물건을 던지고 야유하자 경찰은 총을 겨누며 이들을 무더기로 체포했다.
쇼핑몰 점거 집회가 끝난 후에는 검은 옷에 검은 마스크를 쓴 과격 시위대 수천명이 격렬 시위를 주도했다. 이날 저녁 내내 시위대가 망치로 신호등을 부수고 도로에서 벽돌을 파내 바리케이드를 쌓자, 무장 경찰은 이들을 향해 최루탄과 고무탄을 여러 차례 발사했다.
특히 몽콕과 침사추이에서는 이튿날 새벽 2시 반쯤까지 시위대와 경찰이 정면 충돌했다.
시위대가 이처럼 대중 교통을 방해하고 연휴 기간 쇼핑몰에서 집회를 벌이는 이유는 정부에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책임을 묻고 민주주의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혼란을 일으켜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위대의 가장 큰 불만은 지난달 선거 참패 이후에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있는 점이다. 여기에 19일 홍콩 경찰이 시위 자금을 지원해온 ‘스파크얼라이언스’의 자금 약 7000만홍콩달러(약 104억원)를 동결하고 단체 관계자 4명을 돈세탁 등 혐의로 체포하면서 시위가 다시 격화됐다.
이런 가운데 홍콩 시위대는 크리스마스인 25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오후 1시 센트럴과 완차이, 코즈웨이베이, 침사추이, 샤틴 등 홍콩 18개구 전역에서 ‘성탄절 집회’가 예정돼 있고, 오후 2시~밤 12시 이틀째 쇼핑몰 점거 집회가 이어진다.
홍콩에서는 지난 6월9일 100만명이 모인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집회 이후 6개월 넘게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체포된 시위 참가자 수만 6000여명에 달한다.
여론은 아직까지 시위대에 우호적인 편이다. SCMP에 따르면 홍콩 유권자 40%는 방화와 공공시설 훼손 등 시위대의 폭력 사용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