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오르고 다주택자 늘어… 외국인 보유 주택은 파악도 못해
신연수 논설위원
정부 여당은 지난 10년 보수정권 시절 부동산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삼아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바람에 2015년부터 집값이 올랐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2017년부터 올해까지 오른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잘못 만져 부스럼을 키운 것 아닌가.
정부는 2년 반 동안 부동산 대책을 18차례나 내놨다. 그러나 집값은 계속 올랐고 그 사이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6억 원에서 8억7000만 원으로 올랐다. 2억7000만 원이면 보통 사람들이 10∼20년간 열심히 일해서 저축해도 모으기 힘든 액수다.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은 서울 아파트 값이 평균 10%, KB국민은행은 20% 올랐다고 한다. 기관마다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부터 문제다. 올바른 통계 없이는 올바른 정책을 내놓을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세계 여러 나라가 중국인들의 투자로 주택 가격이 폭등하자 외국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한국도 외국인이 서울 강남과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구)에 5년간 1만 채 이상의 아파트를 샀다는 보도가 있지만 정부는 현황 파악도 못하고 있다. 외국인은 대출 규제를 받지 않아 오히려 우리 국민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
서울의 무주택 가구가 200만, 전체의 50%를 넘는다. 전국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지만 서울만 해도 많은 주택이 낡아서 멸실될 상황이고 국민이 살기 원하는 새 집은 계속 부족하다. ‘내 집 마련’에 대한 소망을 충족시키려면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게 하든, 재건축 재개발을 활성화하든 국민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집을 더 공급해줘야 한다.
다주택자의 보유세를 높이고 대출을 조여 갭투자 같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 대책이 적시에 적절히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부처 간 엇박자를 내거나 집값이 오른 다음 뒷북 대응을 할 게 아니라, 범부처가 협력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일부는 불로소득을 용인한다는 욕을 먹더라도 인간의 심리와 시장의 힘을 이용하는 정교한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사는 수도권에서 이렇게 부동산 가격이 다락같이 오르면 아무리 최저임금을 올리고 소득 불평등을 완화해도 국민들의 생활이 나아질 수 없다.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해야 한다. 국민은 선의만 가진 정부가 아니라 실제로 민생을 안정시킬 ‘실력’을 가진 정부를 요구한다. 앞으로의 부동산 동향은 이 정부의 정책 실력을 보여주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