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직성 척추염’ 체험기
본보 이진한 기자가 척추 관절이 굳는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고통을 체험하기 위해 목 관절과 척추에 고정기를 착용한 채 계단을 오르고(왼쪽 사진) 식사를 하고 있다. 강직성 척추염은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기 쉬워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젊은 남성의 발병률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유튜브 화면 캡처
○ 허리 탓에 먹고 걷는 것도 고통
강직성 척추염 환자와 비슷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허리와 목을 굽히지 못하도록 각각 고정기를 착용했다. 이어 승강기에 올랐다. 목과 허리를 굽히지 못하다 보니 가려는 층의 버튼을 누르기가 쉽지 않았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좌우에서 차량이 지나는지 보려면 몸 전체를 움직여야 했다. 그런데 허리와 목을 따로 돌리지 못하니 주변을 제대로 관찰하기 어려웠다. 길을 걷다가 다른 사람이나 주변 시설물에 부딪히는 경우도 많았다. 계단을 오르는 건 더 힘들었다. 한손은 난간을 잡거나 지팡이로 지탱해야 겨우 오르내릴 수 있었다.
○ 포도막염 등 전신에서 증상 유발
강직성 척추염은 자가면역 이상으로 인한 전신성 염증 질환이다. 염증이 신체의 다른 부위에 침범할 경우 관절이 아닌 곳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즉, △복통, 설사 등의 증상과 함께 소장과 대장의 점막에 염증이 발생하는 장 증상 △갈비뼈의 강직으로 폐가 확장되지 못해 숨이 차거나 기침이 나는 폐 증상 △피부에 홍반과 하얀 각질(인설)이 일어나는 건선 등 피부 증상 △심장 이상으로 인한 가슴 통증이나 숨이 찬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아주대병원 안과 송지훈 교수는 “보통 눈이 충혈되고 통증이 있거나 눈물이 나며, 눈부심과 빛 번짐(광선 공포증) 등이 나타나는 포도막염이 가장 흔하다”면서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40%가량에 포도막염이 동반된다. 포도막염이 있을 때는 강직성 척추염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상훈 교수는 “척추 외에 눈, 피부, 장 등에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류마티스내과와 안과 등 다른 진료과와의 적극적인 협진으로 동반 질환의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직성 척추염은 심하면 척추 전체가 대나무처럼 일자형으로 뻣뻣하게 굳어지면서 행동에 장애를 줄 수 있다. 그만큼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아직은 완치 가능한 치료제가 없어 증상 완화와 척추 관절의 변형을 막기 위한 치료가 중심이다. 보통 척추 증상에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우선적으로 사용한다. 이에 효과가 없을 경우 TNF-알파 억제제와 같은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한다. 특히 환자가 포도막염이나 염증성 장질환 등이 동반된 경우 단일클론항체 TNF-알파 억제제가 효과적이다.
약물 치료와 함께 일상생활에서 규칙적인 운동이 필수다. 충분한 스트레칭 후에 적절한 근력 강화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주 3회 30분 이상 하는 것이 좋다. 또 흡연은 심한 강직성 척추염을 조기 발병시킬 수 있고, 염증과 심혈관 위험 인자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이 교수는 “많은 환자가 증상을 경험하고도 디스크 등 근골격계 질환이나 단순 근육통으로 오인하고 병원을 찾는 것을 미루거나, 한의원 등을 찾아 통증을 완화하면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종종 있다”면서 “실제로 최근 대한류마티스학회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3년 이상(약 40개월)이 걸렸고, 류마티스내과를 찾기까지 여러 기관을 거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