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북앱 ‘스토리텔’ ‘윌라’ 체험기
○ 스토리텔
‘연말요? 자기 계발이죠’, ‘메리 크리스마스’, ‘보온병처럼 따뜻한 북유럽의 기운’, ‘통근길 시사 만사’….
스토리텔에서 선보인 리스 위더스푼의 책 ‘위스키 인 어 티컵(Whiskey in a Teacup)’의 표지. 힐러리 클린턴, 케이트 윈즐릿 등 유명 인사가 낭독에 참여했다. 스토리텔 제공
재생 화면에는 타이머, 목차, 북마크, 속도, 다운로드 아이콘이 나타났다. 플랫폼 설계가 아이폰처럼 직관적이라 어렵지 않게 사용법을 익혔다. 친구에게 책 주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공유 기능도 인기 있겠다 싶었다. 오디오북 관련 정보가 미흡하고 ‘뒤로가기’ 버튼이 없는 점은 아쉬웠다.
스토리텔이 갖춘 오디오북은 5만여 권이다. 4만5000권은 영어 원서, 5000여 권은 국내 책이다. ‘한국어 영어 둘 다 궁금!’ 코너는 스토리텔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베어타운’,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 줄리언 반스의 ‘시대의 소음’ 등 소설은 원서와 국내서가 나란히 올라와 있다.
원서 중에는 명사가 읽은 책도 적지 않다. ‘해외 셀럽, 여기서!’에 들어가 힐러리 클린턴이 직접 낭독한 자서전 ‘Hard Choices’를 틀었다. 자서전을 읽는 클린턴의 헛기침과 작은 한숨들에 미묘한 감정이 묻어나는 듯했다. 케이트 윈즐릿이 낭독한 동화를 다음 듣기 목록으로 저장해 뒀다.
아직은 초기 단계라 국내서가 부족했다. 스토리텔 측은 매주 5, 6권씩 데이터를 늘려 가고 있다고 한다.
○ 윌라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이 아들과 함께 쓴 동화 ‘로봇일레븐’을 녹음하는 모습. ‘윌라’에는 전문 성우뿐 아니라 저자가 낭독한 오디오북도 적지 않다. 윌라 제공
‘오디오북’ 코너는 인문, 경제·경영, 소설, 주니어 등으로 콘텐츠가 나뉘어 있었다. 인터넷 교보문고와 비슷한 구성이다. 무엇을 들을지 첫 선택부터 막혔다.
딱히 손이 가는 책이 없어 평소 잘 접하지 못했던 경제·경영 ‘주간베스트’에서 ‘부의 추월차선’을 골랐다. 책과 저자에 대한 소개와 목차별 재생 시간을 알려줘 선택에 도움이 됐다. 완독 시간은 8시간 20분.
인터넷 서핑, 운동, 넷플릭스 시청을 하면서 들었다. “오디오북의 최대 장점은 멀티태스킹”이라는 말이 이해가 갔다. 발췌독이 안 되는 점은 낯설었다. ‘차선을 추월해 부를 얻는 비법’만 알고 싶은데…. 윌라 측은 “발췌독이 안 되기 때문에 오디오북이 종이책보다 완독률이 높다”고 말했다.
윌라의 히트작인 ‘한자와 나오키’를 틀었다. 성우 한 명이 목소리를 바꿔 여러 인물을 연기했다. 윌라 측은 “연기적 요소가 지나치지 않도록 1∼3명이 목소리를 달리해 녹음하고 있다”고 했다.
윌라가 보유한 1만5000권은 짤막한 ‘리뷰’도 함께 제공한다. 지금 듣는 책은 박경리 작가의 ‘김약국의 딸들’이다. 소설의 무대인 통영의 풍광을 설명하는 도입부 문장은 귀로 들으니 책과는 다른 맛을 느끼게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