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언주로 임프레션의 ‘숙성 오리’ 요리. 홍지윤 씨 제공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 운영자
얼마 전 생일을 맞아 남편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수중발레 하듯 발끝을 치켜세운 메추리와 진하게 졸여낸 소스, 종이처럼 얇게 저며 구워 낸 우엉 껍질과 과일 콩포트, 크리스마스트리 모양으로 잘라낸 허브 이파리가 조합된 접시를 바라보며 이 한 접시의 요리를 위해 요리사가 며칠 동안 어떤 작업을 했을지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길지 않았지만 요리사로 보낸 시간은 최고로 힘들었고, 먹는 일에 목숨을 거는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해준 값진 시간이었다. 그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내가 그들이 만든 음식을 평가하는 일에 객관적이기는 불가능하다.
모든 요리 속에는 시간이 녹아 있다. 라면 한 봉지 끓이는 데는 4분 30초가 필요하지만 프랑스 요리를 만들기 위해선 수십, 수백 배의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 그 시간과 노력을 체험하지 않으면 알 길이 없다. 그래서 반드시 1년에 한 번은 프랑스 요리 수업을 하고 있다. 프랑스 요리가 왜 고급요리가 되었는지, 소스 하나 장식 하나를 더하기 위해 어떤 수고가 들어가는지를 수강생들에게 보여주고자 함이다.
명품이 비싸다고 안 사고 안 입는 것은 각자의 선택이지만 장인의 손으로 명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시간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는 없다. 프랑스 요리를 애호하는 프랑스 요리 전공자의 입장에서 그저 값비싼 허세 덩어리로 치부하지 않고 프랑스 요리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고 더 많이 즐기기를 바랄 뿐이다.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 운영자 chiffonade@naver.com
○ 임프레션=서울 강남구 언주로 164길 24. 가격 변동
○ 레스쁘아 뒤 이브=서울 강남구 선릉로 152길 33. 런치코스 6만 원
○ 라망 시크레=서울 중구 퇴계로 67. 런치코스 5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