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북한과 미국은 서로 상대가 먼저 행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를 실천해 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고 전문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무수한 행동들이 만들어내는 평화-한반도 평화 구상’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내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북한은 여전히 마음을 다 열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평화는 행동 없이 오지 않는다”며 “북한이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면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물꼬가 트였다. 지금 한반도는 ‘평화 만들기’가 한창이다. 눈에 보이는 이벤트가 없더라도 수면 아래에서 도도하게 흐른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행인 것은 북미 정상 간의 신뢰가 여전하고 대화를 이어가려는 의지도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행동에 행동으로 화답해야 하고 국제사회가 함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평화를 통해 한국이 궁극적으로 가려는 길은 평화경제”라며 “평화경제는 분단이 더 이상 평화와 번영에 장애가 되지 않는 시대를 만들어 남북한이 주변 국가들과 연계한 경제협력을 통해 함께 번영하고 다시 평화를 굳건히 하는 선순환을 이루고자 하는 길”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기고문 전문▼
“무수한 행동들이 만들어내는 평화” - 한반도 평화 구상
평화는 고요한 상태가 아닙니다. 다양한 만남과 대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담대한 행동, 평화가 더 좋은 이유를 끊임없이 찾아내야 평화는 모습을 드러냅니다. 저는 숲을 좋아합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숲은 쉼 없이 움직입니다. 나뭇잎은 광합성을 하고, 개미들은 줄지어 먹이를 나르고, 연약한 동물과 포식자들 사이에는 끊임없는 긴장감이 감돕니다. 숲이 평화로운 까닭은 무수한 행동이 상호 연관성을 가지며, 서로 경쟁하면서 동시에 기대고 살기 때문입니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라고 했던 간디의 말처럼, 평화의 열망을 간직하면서 떠들썩하게 자기주장을 하고, 여기저기 찬성과 반대에 부딪히는 과정이 모두 평화입니다. 평화는 혼자 이룰 수 없습니다. 우리 편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더라도, 결국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면 경기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축구경기와 같습니다. 축구경기장의 시끌벅적함 속에 평화가 있습니다.
“평화를 이루자”는 말을 꺼낸 순간 평화가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묵묵히 기다려서 평화가 온다면 좋겠지만, 평화는 행동 없이 오지 않습니다. 2017년 말까지 한반도는 전쟁을 걱정했지만 한국의 국민들은 평화를 원했고, 저는 베를린에서 북한을 향해 평화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이에 호응한 북한이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면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물꼬가 트였습니다. 지금 한반도는 ‘평화 만들기’가 한창입니다. 눈에 보이는 이벤트가 없더라도 수면 아래에서 도도하게 흐릅니다. JSA에는 권총 한 자루 남겨놓지 않았고, 비무장지대 초소를 철수하면서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평화는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합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북한은 여전히 마음을 다 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과 미국은 서로 상대가 먼저 행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를 실천해 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다행인 것은 북미 정상 간의 신뢰가 여전하고 대화를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도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행동에 행동으로 화답해야 하고, 국제사회가 함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 유엔총회 연설에서 전쟁불용, 상호 간 안전보장, 공동번영이라는 한반도 평화의 세 가지 원칙을 천명했습니다. 이러한 원칙을 기초로 국제사회에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의 ‘국제 평화지대화’를 제안했습니다. 한반도의 비무장지대는 동서로 250km, 남북으로 4km의 거대한 녹색지대입니다. 70년 군사적 대결이 낳은 비극적 공간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기간 동안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자연 생태계 보고로 변모했고, JSA, GP, 철책선 등 분단의 비극과 평화의 염원이 함께 깃들어 있는 상징적인 역사 공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국제사회가 비무장지대에 묻혀있는 38만 발의 지뢰를 함께 제거하고, 유엔 기구를 비롯하여 국제기구가 비무장지대에 자리 잡게 된다면 한반도에서 안전보장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안전을 제도와 현실로 보장하고 동시에 한국도 항구적인 평화를 얻게 될 것입니다. 실질적인 평화체제가 이뤄지고 국제사회의 지지 속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한국은 교량국가를 꿈꿉니다. 지정학적으로 4대 강국에 둘러싸인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습니다. 한반도는 과거 대륙에서도, 해양에서도 변방이었고, 때로는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한국이 겪었던 아픈 역사였습니다. 그렇지만 한반도가 평화를 이루면 대륙과 해양을 잇는 나라,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질서를 선도하는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한반도의 교량 역할은 우리 자신에게도, 동북아와 아세안에게도, 또 세계 전체의 평화적인 질서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국은 교량의 역할을 통해 ‘사람중심 상생번영의 평화공동체’를 이루고자 합니다. 신북방정책은 대륙을 향해 달려가는 한국의 포부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중앙아시아와 유럽으로 협력의 기반을 넓히고 동북아시아 철도공동체로 다자협력, 다자안보의 초석을 놓고자 합니다. 신남방정책은 해양을 향해 달려가는 한국의 포부입니다. 아세안과 인도와의 관계를 주변 주요국들 수준으로 격상시키고 공동번영의 협력관계로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평화를 통해 한국이 가고자 하는 길은 궁극적으로 평화경제입니다. 남과 북 사이 끊긴 철길과 도로를 잇는 일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교량국가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평화경제는 분단이 더 이상 평화와 번영에 장애가 되지 않는 시대를 만들어 남북한이 주변 국가들과 연계한 경제협력을 통해 함께 번영하고, 다시 평화를 굳건히 하는 선순환을 이루고자 하는 길입니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혜택을 많이 받은 나라입니다. 유엔이 설립된 해에 식민지배에서 해방되었고 유엔과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전쟁의 참화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한국은 발전한 만큼 책임의식을 갖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기여하고자 합니다. 평화경제는 함께 잘사는 세계를 향한 인류의 꿈을 앞당길 것입니다.
평화가 아무리 절실하다고 해도, 한국이 마음대로 속도를 낼 수는 없습니다. 평화를 함께 만들어갈 상대가 있고, 국제질서가 있습니다. 북미 간의 실무협상과 3차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위한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될 것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동행동이 필요합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만들어진 평화의 물결은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까지 줄기차게 흐를 것입니다. 남북한은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개최 유치에 협력 해나가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국제사회가 호응해주시길 부탁합니다.
대화와 행동이 계속되면 서로를 더 필요로 하게 되고 결국 평화가 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더 자주 평화를 얘기하고, 평화로 가면서 서로의 생각을 모두 꺼내놓고 이것저것 행동해보면 좋겠습니다. 평화를 만들어가는 한반도에서 국제사회가 조언하며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분단과 분쟁이 낳은 불행을 털어내고 한반도 평화가 인류에게 희망이 되는 그날까지 쉼 없이….
평화는 고요한 상태가 아닙니다. 다양한 만남과 대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담대한 행동, 평화가 더 좋은 이유를 끊임없이 찾아내야 평화는 모습을 드러냅니다. 저는 숲을 좋아합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숲은 쉼 없이 움직입니다. 나뭇잎은 광합성을 하고, 개미들은 줄지어 먹이를 나르고, 연약한 동물과 포식자들 사이에는 끊임없는 긴장감이 감돕니다. 숲이 평화로운 까닭은 무수한 행동이 상호 연관성을 가지며, 서로 경쟁하면서 동시에 기대고 살기 때문입니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라고 했던 간디의 말처럼, 평화의 열망을 간직하면서 떠들썩하게 자기주장을 하고, 여기저기 찬성과 반대에 부딪히는 과정이 모두 평화입니다. 평화는 혼자 이룰 수 없습니다. 우리 편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더라도, 결국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면 경기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축구경기와 같습니다. 축구경기장의 시끌벅적함 속에 평화가 있습니다.
“평화를 이루자”는 말을 꺼낸 순간 평화가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묵묵히 기다려서 평화가 온다면 좋겠지만, 평화는 행동 없이 오지 않습니다. 2017년 말까지 한반도는 전쟁을 걱정했지만 한국의 국민들은 평화를 원했고, 저는 베를린에서 북한을 향해 평화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이에 호응한 북한이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면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물꼬가 트였습니다. 지금 한반도는 ‘평화 만들기’가 한창입니다. 눈에 보이는 이벤트가 없더라도 수면 아래에서 도도하게 흐릅니다. JSA에는 권총 한 자루 남겨놓지 않았고, 비무장지대 초소를 철수하면서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평화는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합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북한은 여전히 마음을 다 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과 미국은 서로 상대가 먼저 행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를 실천해 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다행인 것은 북미 정상 간의 신뢰가 여전하고 대화를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도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행동에 행동으로 화답해야 하고, 국제사회가 함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제사회가 비무장지대에 묻혀있는 38만 발의 지뢰를 함께 제거하고, 유엔 기구를 비롯하여 국제기구가 비무장지대에 자리 잡게 된다면 한반도에서 안전보장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안전을 제도와 현실로 보장하고 동시에 한국도 항구적인 평화를 얻게 될 것입니다. 실질적인 평화체제가 이뤄지고 국제사회의 지지 속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한국은 교량국가를 꿈꿉니다. 지정학적으로 4대 강국에 둘러싸인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습니다. 한반도는 과거 대륙에서도, 해양에서도 변방이었고, 때로는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한국이 겪었던 아픈 역사였습니다. 그렇지만 한반도가 평화를 이루면 대륙과 해양을 잇는 나라,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질서를 선도하는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한반도의 교량 역할은 우리 자신에게도, 동북아와 아세안에게도, 또 세계 전체의 평화적인 질서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국은 교량의 역할을 통해 ‘사람중심 상생번영의 평화공동체’를 이루고자 합니다. 신북방정책은 대륙을 향해 달려가는 한국의 포부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중앙아시아와 유럽으로 협력의 기반을 넓히고 동북아시아 철도공동체로 다자협력, 다자안보의 초석을 놓고자 합니다. 신남방정책은 해양을 향해 달려가는 한국의 포부입니다. 아세안과 인도와의 관계를 주변 주요국들 수준으로 격상시키고 공동번영의 협력관계로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평화를 통해 한국이 가고자 하는 길은 궁극적으로 평화경제입니다. 남과 북 사이 끊긴 철길과 도로를 잇는 일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교량국가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평화경제는 분단이 더 이상 평화와 번영에 장애가 되지 않는 시대를 만들어 남북한이 주변 국가들과 연계한 경제협력을 통해 함께 번영하고, 다시 평화를 굳건히 하는 선순환을 이루고자 하는 길입니다.
평화가 아무리 절실하다고 해도, 한국이 마음대로 속도를 낼 수는 없습니다. 평화를 함께 만들어갈 상대가 있고, 국제질서가 있습니다. 북미 간의 실무협상과 3차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위한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될 것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동행동이 필요합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만들어진 평화의 물결은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까지 줄기차게 흐를 것입니다. 남북한은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개최 유치에 협력 해나가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국제사회가 호응해주시길 부탁합니다.
대화와 행동이 계속되면 서로를 더 필요로 하게 되고 결국 평화가 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더 자주 평화를 얘기하고, 평화로 가면서 서로의 생각을 모두 꺼내놓고 이것저것 행동해보면 좋겠습니다. 평화를 만들어가는 한반도에서 국제사회가 조언하며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분단과 분쟁이 낳은 불행을 털어내고 한반도 평화가 인류에게 희망이 되는 그날까지 쉼 없이….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