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두산’이 시각특수효과로 완성한 서울 강남역 붕괴 장면(오른쪽)과 한강 해일이 닥치기 직전 잠수교 침수 장면. 실감나는 재난극을 위해 서울을 상징하는 두 곳을 택해 촬영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속도감이 살린 강남역 붕괴 장면
한강 해일신땐 잠수교 전면 통제
폐허가 된 북한, 특수효과의 백미
기술적인 완성도에 관객들도 감탄
이병헌·하정우 주연 영화 ‘백두산’이 5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한반도를 뒤흔든 백두산 화산 폭발 직후 더 큰 재앙을 막으려는 이들의 사투가 볼거리를 선사한 덕분이다.
19일 개봉한 ‘백두산’이 25일 누적 관객 4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야기 전개 방식이나 캐릭터 묘사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지만, 관객이 이견을 드러내지 않는 부분은 기술적인 완성도다. 재난이 ‘상상’이 아닌 눈앞에 닥칠지 모를 ‘현실’이란 사실을 일깨우고 있어서다.
● 속도와 몰입도를 높여라!
제작진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영화 초반부 서울 강남역 일대의 붕괴 장면이다. 하정우가 자동차를 몰고 가다 재난에 처음 직면하는 장면은 스케일은 물론 관객이 폭발과 지진을 현실처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속도와 몰입도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었다. 갈라지고 무너지는 도로 위에서 위험을 이리저리 피하며 처참히 붕괴된 고층건물 틈에서 내달리는 하정우의 사투는 강남역 촬영과 전남 광양의 오픈세트에서 각각 찍은 분량을 섞어 완성했다. 하정우가 강남역사로 들어갔다 다시 나오는 내용도 찍었지만, 전체적인 속도감을 주기 위해 과감히 편집해냈다.
백두산 2차 폭발 직후 팔당댐 붕괴로 인해 한강 해일이 닥치는 장면은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서울 잠수교 전면 통제 허가를 받아 촬영했다. 임산부인 배수지가 해일을 맞는 비극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반이 흔들리는 효과를 내는 모션 베이스 촬영 기법을 동원했다. 제작진은 서울을 상징하는 특정 장소를 다루는 데 문제가 없는지 꼼꼼한 법률 검토도 거쳤다.
영화 ‘백두산’에서 강남역 재난 장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상상’은 현실이 된다
화산 폭발 이후 황폐해진 북한지역 곳곳의 모습은 VFX(시각특수효과)를 통해 충격적인 비주얼로 탄생했다. 특히 비밀요원 이병헌이 함흥 집을 찾아가는 장면은 압권이다. 제작진은 ‘군함도’ 등 대작들이 제작된 대규모 춘천 야외세트를 활용해 실제 북한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효과를 낸다. 공동연출자 이해준 감독은 “실제 장소를 얼마만큼 실감나게 표현하는지에 따라 후반작업인 VFX 효과도 달라진다”며 “백두산 폭발을 제외하곤 대부분 실제와 비슷한 세트를 지어 촬영했다”고 밝혔다.
영화계에서는 ‘백두산’이 VFX 분야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영화 속 분량도 절대적이지만 빠른 속도로 확보한 완성도 덕분이다. 실제로 영화는 올해 2월17일 촬영을 시작한 뒤 7월21일 미쳤다. 처음부터 개봉 일정을 ‘12월 중순’으로 못 박은 탓에 후반작업 기간은 단 4개월에 불과했다. ‘신과함께’ 시리즈로 이미 VFX 기술의 노하우를 획득한 덱스터스튜디오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미션으로 남았을지 모른다.
주목받는 카메오도 있다. 전도연이다. 단 서너 마디 대사만 소화하는 데도 이야기의 긴장감을 급상승시킨다. 전도연이 주연한 ‘밀양’과 ‘협녀, 칼의 기억’의 촬영감독이자 이번 ‘백두산’의 공동연출자인 김병서 감독과 인연으로 이뤄진 특급 캐스팅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