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오늘은 2019년도 얼마 남지 않아 일 년을 돌이켜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어둡고 아픈 사건도 많았지만 한양도성에 얽힌 즐거웠던 시간, 기억들이 생각났다. 지난 학기에 담당한 과목 ‘관광일어’ 시간의 야외 실습도 즐거웠던 작업이었다. 서울의 역사가 담긴 문화관광콘텐츠를 찾아 외국인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곳을 한국과 중국 학생들이 연구하고 직접 현장에 가 본 수업이었다. 북한산 밑에 위치하는 우리 학교에서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성북구와 종로구를 중심으로 윤동주 문학관, 최순우 옛집,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 청계촌의 광통교, 공간건축 옛 사옥, 원서동, 북촌 등을 선정했고, 한양도성 길을 걸어보고 사소문 중엔 창의문과 혜화문을 걸어가며 직접 살피고 여러 이야길 나누기도 했다.
학생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조금 걱정도 했지만, 각자 예습 해오고 현장에서는 문화유산해설사 선생님들의 설명을 진지하게 들었다. 특히 ‘최순우 옛집’, 옛 서울시장 공관을 살린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에서는 역사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콘텐츠로 되살리려하는 시도에 크게 관심을 나타냈다. 성북동의 일부 성벽이 끊어진 구간을 실제로 다녀 보고 각자 생각하며 해결 방법을 고민하고 과제로 삼기도 했다. 나는 젊은 사람들에게 기대가 크다. 우리 세대가 해결하지 못한 과제를 젊은 학생들에게 던져 본다. 답은 기존 세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 사람들에 있기 때문이다.
오늘 낙산에서 내려와 동대문에 다다르니 성탄절과 연말을 맞이해서일까? 빛의 축제가 펼쳐지고 있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서울 빛 축제 ‘서울라이트(SEOULLIGHT)’ 행사가 내년 1월 3일까지 열린다고 한다. 이곳에서 나는 동대문의 일상과 거리를 느끼는 이색적인 체험을 했다.
동대문은 흥인지문(동대문)과 성곽 안팎에 자연스레 형성된 상업지역이고, DDP는 운동장과 경기장으로 랜드마크가 됐던 역사가 있는 곳에 지어진, 앞으로 시간이 채워지고 쌓여질 건축물이다. 또한 이라크 출신 영국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가 설계하여 2014년에 완공됐는데, 2016년 그녀가 사망함으로 이미 역사적인 건축물인 되었다. 그 모양은 전체와 부분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속성을 지니며 흐르는 듯 한 곡선의 모양새를 이루고 있다.
이번 축제에 상영되는 미디어파사드 작품은 총 16분짜리 영상으로 하루 네 번 DDP 외벽에 펼쳐진다. 커다란 곡선 외관 전면 220m에 빛과 영상의 쇼는 인공지능(AI)이 기계학습을 통해 조합된 수많은 과거 동대문의 역사와 현재의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미래 서울의 꿈으로 재해석되어 영상으로 펼쳐진 것이다. 옛 건물, 풍광 등의 사진, 문자, 그리고 추상화된 표상들이 자유자재로 펼쳐진다. 간간이 ‘아리랑’ 노래 소리가 들려와서 현재와 미래 속에서도 과거의 흔적이 느껴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 서경대 국제비즈니스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