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희진 산업2부 차장
그런데 이 두 가지를 빼고는 메가히트작이 보이지 않는다. 음료·제과시장은 연매출 1000억 원 이상을 거두는 히트작의 대(代)가 끊긴 지 오래다. 음료시장에선 2009년 코카콜라의 ‘비타민워터 글라소’ 이후 10년간 히트상품이 없었다. 제과업계는 가장 최근 히트작으로 2014년 품절대란을 일으킨 ‘허니버터칩’을 꼽았다.
패션업계는 2017년 롯데백화점의 평창 겨울올림픽 기념 롱패딩 이후 뚜렷한 유행 아이템이 없다. 달팽이크림, 마스크팩 등을 쏟아냈던 화장품업계 히트작은 지난해부터 실종됐다. 유통업계는 대기업을 긴장시켰던 ‘마켓컬리’ 같은 혁신적 시도가 없었던 한 해였다. 그 대신 대형마트들은 초저가 경쟁에 돌입하거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정리하는 ‘마른 수건 짜기’에 돌입했다.
성장하지 않는 미래에 대한 우려는 기업을 잔뜩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쿠션’을 만들기 위해 10년간 연구를 하고, CJ제일제당이 설비 구축에만 100억 원을 투자하며 ‘햇반’을 만들었던 사례는 성장이 계속되던 때나 가능하던 이야기다. 쏟아부은 연구개발비만큼 대규모 매출이 보장되지 않는 저성장시대에는 안전한 성공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복고를 새롭게 해석한 ‘뉴트로’ 제품이 쏟아지는 이유도 한 번 검증된 옛 히트상품의 변주를 통해 안정적인 성과를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저성장시대를 살아가는 기업에는 과거와는 다른 성공 전략이 필요하다. 초저가 전략, 비용 절감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저성장기를 미리 경험했던 나라에서 보듯이 현상 유지에 머물렀던 기업은 도태됐고 혁신한 기업들은 성공했다. ‘마른 수건 계속 짜는 기업’으로 유명했던 도요타가 저성장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비용절감이 아닌 고객 관리를 통해 획기적인 주문생산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이었다. 다양해지고 세분화된 소비자의 수요를 읽어내 신속하게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반영하는 게 성공 조건이자 기업의 능력이 된 시대다. 메가히트작은 이런 시대 흐름을 읽고 현상 유지에 만족하지 않는 기업에서 나올 것이다.
염희진 산업2부 차장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