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위축에 3분기 전국 11.5%… 상권 몰락한 非수도권 더 높아
전북 혁신도시에서 상가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전주시 덕진구 기지로 네거리. 이곳 대로변에는 유명 커피전문점과 은행, 음식점 등이 가득 차 있지만 바로 안쪽에 있는 상가들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2015년 준공된 한 6층 건물은 16곳의 임대 공간이 있지만 주인을 찾은 곳은 5곳에 불과했다. 이 건물에서 2년 전부터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가게 문을 연 뒤 2년 동안 새로 들어온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인근에 있는 한 건물은 왕래가 쉬운 1층에도 7곳의 점포 중 2곳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물 곳곳에는 임대를 알리는 플래카드와 종이들만 빈 점포를 대신해 지나가는 행인을 맞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6년째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대로변을 제외한 이면도로의 상가들은 여전히 비어있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 상가공실률, 제조업 휘청이는 지역 특히 심각… 경북-전북-울산 17%대… 전국평균 크게 상회 ▼
상가공실률 역대 최고
상가 공실률이 계속 높아지는 것은 건물은 계속 지어지고 있지만 내수 및 지방경기 위축으로 자영업이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배달앱과 온라인 마켓이 활성화되며 오프라인 상가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방 중에서는 대기업 등이 최근 공장 문을 닫거나 제조업 경기가 휘청거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공실률이 높게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세종(18.4%) 경북(17.7%) 전북(17.3%) 울산(17.0%) 등이 전국 평균(11.5%)을 크게 상회했다. 상가 투자수익률도 수도권은 7.2%였지만 지방 광역시는 5.6%에 그쳤고, 그 외 지방은 4.3%로 더 낮았다.
전문가들은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노력마저 부족해 이 같은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몇 해 전부터 지방 상권이 심각하게 침체되고 있다”며 “거주 여건이나 교통 인프라 개선 등을 위한 정책이 수도권에만 집중돼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빚이 소득보다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월 말 기준 가계부채 부담 능력을 나타내는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0.3%로 1년 전보다 2.9%포인트 올랐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의 가계부채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더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의 재무건전성도 악화되고 있다. 기업들의 부채 비율은 6월 말 기준 77.6%로 지난해 말보다 2.3%포인트 올랐고,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도 올 상반기(1∼6월) 4.4배로 작년 같은 기간(9.0배)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실적 악화로 기업들의 신용등급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국내 및 해외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기업 비중은 지난해보다 각각 2.1%포인트, 10.6%포인트 증가했다.
김자현 zion37@donga.com / 전주=박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