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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용 감독 “의구심과 싸워온 축구인생, 새로운 도전 두렵지 않아”

입력 | 2019-12-27 03:00:00

‘U-20 쾌거’→프로행 정정용 감독
엄한 아버지도 무서운 형도 아닌 편한 ‘삼촌 리더십’에 잘 따라줘
3년 안에 ‘이랜드 1부 승격’ 목표 이룬다면 춤보다 더한 것도 해야




무명 선수 출신이지만 지도자로 성공시대를 일궈 가고 있는 정정용 감독이 26일 경기 가평의 한 리조트에서 다가올 새해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있다. 6월 폴란드에서 막을 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 남자 축구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준우승을 달성한 정 감독은 내년 시즌 K리그2(2부) 서울 이랜드를 이끌고 K리그1(1부) 승격에 도전한다. 가평=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값진 성과와 함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1년이었습니다.”

6월 폴란드에서 끝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 남자 축구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준우승을 달성한 ‘제갈용’(제갈공명+정정용) 정정용 감독(50)은 저물어 가는 2019년을 이렇게 정의했다.

‘막내 형’ 이강인(18·발렌시아)을 제외하고 뚜렷한 스타가 없어 ‘16강 진출도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던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끈 정 감독은 대한민국체육상 지도자상, 아시아축구연맹(AFC) 남자 감독상 등을 휩쓸었다. 정 감독은 내년부터는 사령탑으로서는 처음으로 프로 무대에 뛰어든다. 2006년부터 대부분을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활동(2014년에 1년간 프로축구 대구 수석코치로 활동 후 전임지도자 복귀)하며 유소년 육성에 집중하다 지난달 28일 K리그2(2부) 서울 이랜드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26일 경기 가평군의 한 리조트에서 만난 정 감독은 “항상 주위의 의구심과 싸워왔던 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일이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경일대를 나와 실업팀 이랜드 푸마 등에서 뛴 그는 현역 시절 연령별 국가대표 경력이 없다. 축구계 ‘흙수저’로 살아온 정 감독은 20세 이하 월드컵을 통해 주위의 평가를 바꿔 놓았다.

월드컵에서 정 감독은 상명하복 문화에서 현역 생활을 한 40, 50대 지도자와 1999∼2001년 출생해 권위주의에 반발하고 공정성 등의 가치를 중시하는 ‘Z세대’의 융화를 보여줬다. “‘하지 마라’는 말을 반복하기보다는 선수들이 자율을 요구하는 시점에 단계적으로 휴대전화 사용을 허가하는 등의 변화를 줬습니다. 그랬더니 선수들이 저를 먼저 신뢰하면서 끈끈한 관계가 됐습니다.” 정 감독은 자신의 리더십이 엄한 아버지나 무서운 형도 아닌 삼촌에 가깝다고 했다. “삼촌 말은 가끔 안 들어도 되지 않나. 용돈 준다고 하면 또 잘 따르고….”

20세 이하 월드컵 멤버 중 오세훈(상주) 엄원상(광주) 등은 2020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내년 1월)에 나설 22세 이하 대표팀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소속팀과의 차출 협의가 진행 중인 이강인은 합류가 확정되지 않았다. 정 감독은 “장신(193cm) 오세훈은 제공권을, 빠른 발을 가진 엄원상은 스피드를 살려 팀 공격을 이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강인은 월드컵 이후에도 정 감독에게 이따금 연락을 한다고 한다. 정 감독은 “자기가 심심하면 ‘언제 한번 보시죠’라며 연락이 온다”라며 웃었다. 그는 또 “강인이가 소속 팀에서 약점인 수비 가담 능력을 보완하려고 노력하다 퇴장도 당했다. 그런 점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삼촌 리더십’을 바탕으로 3년 안에 서울 이랜드를 K리그1(1부)로 승격시켜 FC서울과의 ‘서울 더비’를 성사시키겠다는 각오다. 2015년부터 2부 리그에 참가한 이랜드는 아직 1부 승격 경험이 없다. 최근 2시즌은 연속 꼴찌. 정 감독은 “얼마 전 한 콘퍼런스에서 서울 더비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더니 같은 자리에 있던 최용수 FC서울 감독이 나를 보며 웃었다. 그래서 내가 ‘FC서울이 2부로 강등돼 더비가 성사되면 안 되고, 우리가 (1부로) 올라가겠다’고 말했다”며 웃었다.

20세 이하 월드컵 준우승으로 정 감독이 지키지 못한 공약이 한 가지 있다. “우승하면 춤을 한번 신나게 춰보겠다”는 것이었다. 정 감독에게 ‘이랜드를 1부로 올려놓으면 춤을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춤판이 벌어지겠죠. 아니 그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