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운 ‘50년 금녀의 벽’ 깨뜨려 “바다는 여전히 여성에 좁은 문… 성별로 기회 박탈되는 일 없어야”
현대상선이 26일 여성으로는 처음 선장으로 임명한 전경옥 씨(38·사진)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전 선장은 한국 해운업계 50여 년 역사상 공고히 자리 잡은 금녀의 벽을 처음 깨뜨린 주인공이다. 1991년 한국해양대가 여학생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지만 국적 선사에서 여성 선장이 나온 적이 없었다.
선박에서 선장은 모든 승무원을 지휘, 통솔하고 선박의 안전 운항과 선적 화물을 관리하는 최고 책임자다. 매년 수개월을 바다 위 배 안에서 지내야 하고, 개인생활도 불가능한 해운업 특성상 “선장은 남자여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전북 정읍 출신인 그는 2005년 2월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를 졸업했다. 그 후 현대상선에 3등 항해사로 입사해 2006년 2등 항해사, 2008년에는 1등 항해사로 승진했다.
“이 직업은 나에게 운명인 것 같다”고 종종 말했던 전 선장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할아버지가 사주를 봐주면서 ‘바다로 나가면 대성한다’고 말해 그때 이미 항해사로 길이 정해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입사 후 11년간 벌크선 1년 근무 외에는 컨테이너선만 타온 베테랑이다.
전 선장은 “10년 후 더 많은 여성 후배가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도 이 직업을 유지할 수 있기를, 그들이 선장이 된 일이 더 이상 기삿거리가 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저 또한 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