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토 독도 지키는 훈련인데…흉내만 軍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CPX로만 진행" 文정부 이후, 독도방어훈련 늘 발표해 와 발표도 하지 않고 몰래 절차 숙달만 실시 "함정 한 대도 투입 안 한 건 이번이 처음"
지난 8월 ‘동해영토수호훈련’으로 명칭이 바뀐 ‘독도방어훈련’이 실기동 훈련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만 실시된다. 독도방어훈련에서 실기동 훈련이 빠진 것을 두고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해군은 이날 오전 하루 일정으로 동해영토수호훈련을 지휘소연습(CPX) 방식으로 실시한다. 지휘소 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모의훈련)과 통신 등을 활용해 절차를 숙달하는 훈련이다.
그동안 독도방어훈련은 통상 광개토대왕함, 양만춘함 등 3200t급 구축함과 해경 함정, 해군 P-3 해상초계기, 공군 F-15K전투기, 해상작전헬기 등을 동원해 1박2일 실기동 훈련으로 실시했다.
또 사상 최초로 육군 특수전 병력이 훈련에 참가하고, 해군특수전전단(UDT/SEAL)과 해병대 신속기동부대 요원들은 독도에 상륙해 고강도 대일(對日) 메시지를 발신하기도 했다.
아울러 해경은 해군과 함께 일본 극우단체 등 독도에 상륙하려는 특정세력 민간선박의 영해침범 상황을 가정하고 저지하는 기동 훈련까지 실시했다.
그러나 이번 하반기 훈련이 CPX를 통한 ‘절차 숙달’ 정도로만 진행되면서 군 안팎에서는 일본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5개월 만에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등 한일관계 복원 기미가 보인다고 해도, 우리 영토를 방어하는 연례적인 훈련조차 실기동으로 하지 않는 것은 ‘과도한 저자세’가 아니냐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일본 눈치보기나 저자세는 아니다”라며, CPX로만 훈련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상 여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독도의 기상은 연중 대체로 흐리기 때문에 해군은 그동안 계획했던 날을 전후로 기상 여건을 보면서 날짜를 조정해 훈련을 실시해왔다. 지난 8월 훈련 역시 기상 여건을 지켜보다가 훈련 당일 전격적으로 이지스함 등을 투입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독도방어훈련은 언제든 명령만 내려지면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며 “독도방어훈련을 하면서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함정이 돌아오거나 상륙을 안 한 적은 있지만, 함청 한 척 없이 CPX로 훈련한 적은 없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은 그동안 독도방어훈련에 대해 외교 채널을 통해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올해 하반기 훈련은 함정 기동 없이 CPX로만 진행되면서 일본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