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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합의’ 각하 어떤 의미…“피해자 권리 살아있다”

입력 | 2019-12-27 17:09:00

헌재, 한일 위안부 합의 헌법소원 각하
'조약' 아닌 구두 형식의 '합의'로 판단
헌재 "추상적일 뿐…절차도 안 거쳤다"
합의가 '피해자 중심' 아닌 점도 꼬집어




 지난 2015년 한국과 일본 정부의 위안부 피해자 관련 합의 내용은 추상적인 선언일 뿐이고,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헌법재판소 판단했다.

헌재는 이같은 판단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발표 위헌확인 심판 청구 사건에 대해 27일 각하 결정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 판단을 하지 않고, 심리를 종결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한국과 일본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 12월2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 내용을 공동발표했다. 합의문에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를 위한 재단 설립 기금 약 10억엔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합의에 ‘발표를 통해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는 문구 등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었다. 결국 한·일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게 됐다.

헌재는 먼저 한·일 위안부 합의가 ‘조약’의 성격을 갖고 있는지 살폈다. 그러나 헌재는 한·일 위안부 합의는 서면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통상적으로 조약에 부여되는 명칭이나 조문 형식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구두(口頭) 형식의 합의일 뿐이고, 법적 구속력이 담긴 내용은 없다는 것이다.

또 한국과 일본 양국 간 첨예한 갈등이 존재하고,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돼 있는 위안부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 관한 문제를 다루면서도 국무회의 심의나 국회 동의 등 헌법상 조약 체결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헌재는 한·일 위안부 합의의 내용에 비춰보면 양 국가의 구체적인 권리·의무가 생기게 됐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의무 이행의 시기나 방법, 이행하지 않을 시 책임 등이 정해지지 않은 추상적·선언적 내용일 뿐이라는 취지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에는 ‘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를 지시하는 표현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며 “일본 정부 출연금 규모가 언급됐다고는 하나 정확한 금액 및 시기, 방법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 일본 정부가 출연금을 냈다 하더라도 이는 합의의 법적 구속력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헌재는 한·일 위안부 합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국 한·일 위안부 합의는 외교적 협의 과정에서의 정치적 합의이자 외교 정책적 판단인 ‘정치적 영역’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헌재는 한·일 위안부 협의로 인해 피해자들의 권리가 처분됐다거나 정부의 외교적 보호 권한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한편 헌재는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피해자 중심의 회복 내지 구제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헌재는 “위안부 피해자가 겪은 피해의 심각성 및 피해가 발생한 역사적 맥락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완전하고 효과적인 피해 회복을 이루기 위해서는 피해자 중심의 접근이 중요하다”며 “합의 과정에 피해자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피해자들이 한·일 위안부 합의로 인해 받은 고통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