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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리비아 정부 요청에 파병 결정…지중해 갈등 고조 우려↑

입력 | 2019-12-27 17:26:00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리비아 통합정부(GNA)의 요청을 수용해 리비아에 파병을 결정한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의 결정이 지중해 지역에 갈등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가 26일(현지시간) 지적했다.

GNA는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된 이후 유엔으로부터 ‘합법적인 정부’라는 지위를 인정받았지만 수도 트리폴리 등 서부 일대에서만 행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리비아 동부와 남부를 장악한 세속주의 성향 군벌 리비아국민군(LNA)은 지난 4월 트리폴리 점령을 목표로 서진을 시작했고, GNA가 트리폴리 사수에 나서면서 양측은 수개월째 트리폴리 일대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터키가 병력을 파견해 힘의 균형을 무너뜨릴 경우 LNA를 지지하는 러시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요르단 등의 반발을 자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GNA를 지지하는 유엔 결정을 존중하기는 해도, NLA가 장악한 지역에 자국의 석유시설이 있는데다가 난민 문제에 협력적이란 이유로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터키는 그간 수차례에 걸쳐 GNA에 대한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암시해왔다. 이슬람 원리주의 성향인 GNA는 ‘무슬림 형제단’을 매개로 터키와 카타르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

터키는 유엔의 리비아 무기 금수 결의에도 GNA와 이슬람 민병대에 암암리에 무기와 무인기(드론) 등을 공급해왔다. 지난달 27일 GNA와 안보·군사 협정을 맺어 군사 장비 제공, 군사 훈련 지원, 정보 공유 등을 공식화했고 급기야 파병이란 직접 개입에 돌입했다.

도이체벨레는 터키의 파병 결정을 두고 동부 지중해에서 전략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했다.

터키는 지난달 GNA와 동부 지중해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 확정 협정을 타결하면서 에게해 수역 경계와 키프로스섬 영유권 등을 놓고 분쟁 중인 그리스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협정은 GNA가 존속해야만 유지가 가능한 만큼 터키의 개입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실제 에르도안 총리는 26일 리비아 파병에 대해 “지중해에서 우리의 목표는 누군가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권리를 빼앗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 의회가 이르면 내년 1월8~9일 파병 동의안을 가결하면 파병은 현실화된다. 터키 경제외교정책연구센터(EDAM)는 최근 보고서에서 “터키가 리비아에 정예 특수부대, 군 정보장교, 드론, 고성능 무기 등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친(親)터키 시리아 북부 반군들이 리비아에 파견될 전투원들을 월 2000달러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모집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터키는 친터키 반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시리아 정부와 쿠르드족을 견제하고 있는데 리비아도 유사한 방식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6일 “터키는 아랍과 유럽 여러나라의 지원을 받아 반란을 일으킨 군벌에 맞서 싸우고 있는 GNA에 대해 모든 형태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터키의 리비아 파병 결정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크렘린궁이 후원하는 민간 군수업체는 LNA에 러시아산 무장드론을 공급하는 등 LNA를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에서 터키와 대치하고 있기도 하다. 러시아는 터키와 달리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원한다.

터키 정부 대표단은 지난 23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시리아와 리비아 사태 해법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파병 동의안 예상 투표일과 겹치는 내년 1월8일 투르크 스트림 개통 행사 참석차 터키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그 사이 타협안이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