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4+1’ 협의체가 만든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빠진 상황에서 찬성 156, 반대 10, 기권 1표로 통과됐다. 안건 상정에 앞서 한국당 의원들이 선거법 처리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들고 국회의장석 길목을 점거하자 문희상 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하는 대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제1야당을 배제한 상태에서 기형적으로 시작된 선거법 협상이 볼썽사나운 일방 처리로 막을 내렸다.
어제 통과된 선거법은 ‘4+1’ 협의체가 올해 4월 신속처리안건으로 발의한 원안과 상당히 다르다. 원안의 비례대표 75석은 47석으로 줄어들었고, 연동률은 비례대표 30석에만 적용된다. 여당과 군소야당이 밀실에서 주무르면서 누더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원안과 수정안이 이렇게 달라지면 ‘수정안은 원안 취지 및 내용과 직접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는 국회법 95조를 위반하게 된다. 원안을 대폭 수정할 때는 교섭단체 대표 합의를 거쳐야 하지만 이런 규정은 무시됐다.
‘4+1’ 협의체는 태생 자체가 비정상적이었다. 여당이 사활을 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군소 야당이 매달린 선거법을 거래한 셈이다. 선거의 룰인 선거법 협상에서 제1야당이 빠진 것도 초유의 일이다. ‘4+1’의 논의 과정에서 공수처법도 기관 간 견제와 균형 원칙은 온데간데없어지고 공수처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는 독소 조항들이 추가됐다. ‘4+1’ 논의는 대부분 밀실에서 이뤄졌고, 논의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원칙은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시종 비례대표제 폐지만 고수하면서 끝까지 여야 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한국당도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 큰 문제는 법적 근거도 없는 해괴한 ‘4+1’ 협의체의 입법 관행이 헌정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는 점이다. 선거법 협상까지 ‘다수의 정치’로 밀어붙인다면 앞으로 선거 결과를 놓고 불복(不服) 시비가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선거법의 일방 처리는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의 퇴행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