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서 의욕 없고 무력한 요즘 세대 우리는 왜 일을 하는가 질문 던져야… 겨우 대충 살다보면 나중엔 후회만 일할 수 있는 기회, 너무 값진 것… 애쓰고 노력한 것들은 결국 남는다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
그래서일 거다. 요즘 기업에서는 이런 교육을 한다. ‘우리는 왜 일을 하는가?’ ‘일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워라밸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주제로 사원 교육을 한다. 우리 책방도 한 대기업의 교육을 맡아 1년 동안 진행했다. 기업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지, 어떻게 혁신을 거듭해 그 분야의 리더가 될지 같은 주제 대신 사원들에게 일의 의미부터 교육하는 거다. 마치 책을 팔려고 보니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아,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부터 설득하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생각해 보면 위에 언급한 학생과 직장인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환경을 통제할 힘은 없는데 열심히 한다고 바뀔 것 같지는 않으니 노력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을 합리적 선택으로 여긴다는 공통점. 그런데 과연 그럴까? 그들은 중요한 질문 하나를 빠뜨린 것 같다. ‘처한 환경이 어떻든 그래도 내 인생인데 그렇게 지내도 괜찮은가’라는 질문 말이다. 지나가면 다시는 오지 않을 인생의 구간들을 그렇게 최소한의 노력만으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 열심히 한다고 당장 월급이 오르는 것도 아니라는 데서 생각을 멈춘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지금 다니는 그 회사에서 평생을 보낼 건가? 모르긴 해도 그렇지 않을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 그렇다면 회사가 싫어서, 조직이 마땅치 않다며 겨우겨우 보낸 하루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렇게 보낸 5년, 10년은 나중에 어떻게 되는 걸까?
일을 하다 잘못을 저지르면 책임을 진다며 자리에서 물러난다. 한데 나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미 일은 다 저질러 엉망이 됐는데 사후에 그만두는 게 어째서 책임을 지는 것인지…. 그러다 알아차렸다.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야말로 강력한 벌이라는 것을. 일하며 시도해 볼 기회 그 자체로 큰 보상이라는 것을. 오랜만에 근사한 영화를 한 편 보았다. 감독은 마틴 스코세이지, 배우는 무려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 조 페시, 하비 카이텔.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감독과 배우가 다 칠십, 팔십을 넘나드는 ‘올드 보이’인데 이들은 늘 차기작이 기대되는 ‘마스터’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올드 보이가 이런 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더는 얼굴 보이지 말고 물러갔으면 하는 이가 더 많다. 특히 우리 정치권에는. 그들이 이 영화를 보면 좋겠다. 그래서 다른 이보다 오래도록 기회를 누리려면 적어도 이런 ‘마스터피스’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좋겠다. 청년들은 앞이 안 보인다고 지레 숟가락을 놓는데 물러나야 할 사람들은 음식 앞에 달려드는 형국이니 세밑에 걱정이 많다. 그래도 애를 써 이 어려운 시기를 잘 통과하면 좋겠다. 내 인생이니까! 애쓴 것은 어디 안 가고 내게 남는 법이니까!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