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가전 등 다양한 산업 시험인증 서비스 라인 갖춰 5G관련 공식시험기관 선정 바이오 분야로도 영역 확장
Dt&C VINA 오픈식(베트남).
국내 시험인증업체 중 처음으로 코스닥 상장을 이뤄낸 선두기업이자 최대 규모의 시험인증기관으로 알려진 기업이 있다. 경기도 용인에 본사를 둔 ㈜디티앤씨다.
2000년 설립된 디티앤씨는 전자기기에 대한 전문적인 시험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그룹의 형태로 의료기기, 가전기기, 통신, 방위, 항공 등의 다양한 분야에 맞는 시험인증 서비스 라인을 갖추고 있다.국내 시험인증 산업의 리딩기업인 디티앤씨는 민간 최초의식품의약품안전처 지정 시험검사기관, 공기청정기 CA 마크 시험기관 등의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밖에 국내 유일 고선명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HDMI) 시험 기관, OCF(Open Connectivity Foundation·사물인터넷 표준단체)의 최초 지정 공식시험기관이다.
㈜디티앤씨 Dt&C 기술융합센터 전경.
디티앤씨의 박채규 회장은 “시험인증기관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작한 분야가 많고, 민간 시험기관으로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최초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관련 기관에 따르면 시험인증산업 시장은 2017년 기준 221조 원, 국내 시장은 13조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수치에는 인하우스(In-house) 시장도 포함돼 있지만 투명성·공정성의 문제로 3자 기관시험 인증 시장이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한국시험인증산업협회(KOTICA)는2020년 시험인증 국내 시장 규모가 약 14조5000억 원에 달할것으로 추정한다. 이러한 시장 성장 속도에 발맞춰 디티앤씨는 앞으로 바이오 부분과 인공지능(AI), 5세대(5G), 4차 산업혁명관련 분야의 시험인증 서비스가 빠르고 폭넓게 발전할 것으로전망하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바이오와 5G 관련 서비스에 힘을 쏟고 있다.디티앤씨 바이오그룹에선 국내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원스톱 토털 CRO를 구현했다. 생동, 분석, 비임상, 임상 등의 국내 유일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2017년 설립한 비임상, 분석 전문기관 디티앤씨알오(Dt&CRO)는 각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분석센터, 비임상센터(GLP), 임상 센터로 이뤄져 있어업계에서 높은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다.■ 美FDA 데이터 제출 관련 IT 프로그램 개발
디티앤씨알오 관계자는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비임상 데이터 제출 표준(SEND) 관련 IT 프로그램 개발을 아시아 최초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내년 초 상용화가 목표다.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비임상 과정에서 획득한독성실험 데이터를 미국 FDA에 전자문서로 전환해 제출해야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기존 프로그램은 이 과정에서 통상 약3개월이 소요된다. 하지만 현재 디티앤씨가 개발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시간을 절반까지 단축할 수 있다.
㈜디티앤씨 IoT 오픈랩 전경
EMC 10m Full Chamber
병리검체제작 중(계열사 Dt&CRO)
이 밖에임상시험수탁기관인 디티앤사노메딕스(Dt&SanoMedics)는임상시험계획 컨설팅을 포함한 의학적 자문 서비스, 모니터링 및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인허가업무를 제공하고있다. 디티앤사노메딕스는 에이비엘바이오와 미국의트리거(TRIGR)사와 BCMAx4-1BB 이중항체 공동연구 개발에 참여하며 바이오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5G 관련 서비스에서 디티앤씨는 올해 초5G 통신 분야 이동통신 시험인증 설비를 구축하고 국립전파연구원의 현장심사를 통과해 공식시험기관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달성했다. 3.5GHz 대역과 28GHz 대역에서 모두 공식 지정을 받았다. 미래 산업의 기틀이 될 5G 분야의 시험 인증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5G 기술은 연결성, 대용량 데이터 송수신 등을 가능케 한 통신 분야 신기술로 일컬어진다. 이5G 기술은 단순히 전화나 통신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율주행,로봇, 원격의료,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콘텐츠 등 사업전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때문에 5G 기술과 관련 산업에있어서 기술의 명확한 시험과 인증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 ‘AI 스마트랩 프로그램’ 특허 출원 추진
이 회사가 최근 힘을 쏟고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전자파 적합 시험 ‘AI 스마트랩 프로그램(AI Smart Lab Program)’이있다. 현재 프로그램을 개발해 특허 출원을 추진하고 있다. AI스마트랩 프로그램은 인공지능 시스템이 시험, 판단, 기록, 제어하게 함으로써 업무의 효율과 정확성을 개선하는 시험실 전용 프로그램이다. AI 스마트랩 프로그램은 엔지니어 투입 없이 디스플레이,음향, 광량, 모션 등의 다양한 상황을 지능적으로 자체 판별, 저장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상 상황이나 부적합 발생 시 담당자의 휴대전화 등으로 자동알림을 전달해 신속한 조치가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프로그램 이용 시 엔지니어는 시료의 셋업과 결과 검토에만 관여할 수 있어 업무시간이 기존 8시간에서 30분으로 80%가량 준다. 박 회장은 “업무효율을 위해 디티앤씨 자회사인 Lab-T, DCJ,Dt&C VINA에도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엔지니어들이 리뷰, 판단, 신규 규격, 표준화 등 고부가가치 연구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디티앤씨는 일본 계측기 공급업체인 TSJ와 일본 AI 스마트랩 프로그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2020년에는 매출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두고 있다. 아시아최고의 기술서비스 전문그룹으로 성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채규 디티앤그룹 회장 인터뷰▼
“2020년은 결실 맺는 원년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겠다”
박채규 회장
디티앤그룹 박채규 회장은 시험인증기관 디티앤씨를 시작으로 자회사인 디티앤인베스트먼트, 랩티, 디티앤씨알오, 디티앤사노메딕스, 디씨제이, 디티앤씨 차이나, 디티앤씨 비나 등을 이끌어 가고 있다. 시험인증업계에서 많은 분야에 걸쳐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고 활로를 개척해 나간 역할이었던 만큼 무거운 책임감과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박 회장은 “디티앤씨는 한국 민간 최초 상장사로 유럽, 미국 SGS, BV, TUV, UL 등 10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기관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가까운 나라 일본의 주요 시험인증기관들은 글로벌 기관에 인수된 상황으로 세계 시장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어려운 경영 환경이었지만 미래시장을 준비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해왔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데 힘을 쏟았다. 벤치마킹보단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고 조직의 활성화를 통한 창의적인 접근이 디티앤씨가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여러 분야에서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디티앤씨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일까. 박 회장은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을 창출할 수 있는 AI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AI 스마트랩 프로그램을 사용해 효율, 생산성 극대화를 이루면서 연구하기 좋은 회사, 업무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것. 또 마케팅, 고객만족 분야에선 AI 자동화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앞서 나가는 전략으로 현지 최고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앞으로 베트남 현지법인으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인도 등 시장 변화에 대응할 계획이다. 베트남 사업은 베트남 표준계량품질총국(STAMEQ)으로부터 안전, 전자파(EMC), LED 분야를 인정받고 베트남 정보통신부(MIC) 로부터 정보통신기기에 대한 EMC 분야도 인정 받아 여러 성과를 달성했다.
박 회장은 조직관리와 내부 역량 강화에도 힘쓸 예정이다.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고자 가장 먼저 기업이 할 수 있는 직원 채용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이 회사의 채용 과정은 3차 면접으로 이루어지는데 최종면접은 회장이 직접 면접관으로 나선다. 그는 주로 인성과 목표의식에 대해 질문하며 지원자의 의지를 평가한다고 한다.
박 회장은 “일할 맛 나는 회사를 만들고자 다양한 복지를 선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용인 본사내에는 대형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수준의 카페테리아를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우수 직원을 선발해 ‘순례길’ 탐방 등을 독려하며 직원의 행복과 동기부여를 높이고 있다. 전 계열사 포함 500여 명의 임직원을 통솔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절대신뢰’라는 답변과 함께 “자신은 그들의 능력을 믿고 맡기는 역할로서 회장은 직원을 지원하고 책임지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치열한 산업 현장의 중심에 서 있는 그는 정부 정책에 대한 소견도 밝혔다. 원자력발전을 예로 들며 “원전 건설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사라지게 됐다. 국가 주력 산업인 반도체·철강·디스플레이 등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산업 부문은 그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책논의가 정치적 도구가 아닌 국가의 실익을 우선으로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지원 기자 j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