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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다이애그노믹스㈜, 질병 원인 알아내는 ‘DNA 조각’ 분석 기술로 글로벌 유전체 시장 주도

입력 | 2019-12-30 03:00:00


세계일류상품 인증서를 수여받은 신상철 대표(오른쪽).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100세 시대’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실제로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에는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는 국가가 6개국뿐이었지만, 2020년에는 31개국으로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 축복과도 같은 긴 수명을 건강하게 살 수 없다면 되레 절망적인 상황으로 떨어질 수 있다. 자신의 의료 데이터와 유전체 데이터를 융합한 정밀의료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유전 정보로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유전적 특징, 건강 상태, 질병 발생의 위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원다이애그노믹스㈜(공동대표 신상철 이민섭·EDGC)는 cfDNA(유리세포 DNA·cell free DNA) 기술을 바탕으로 액체생검(혈액을 통해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암 정복에도 한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3년 설립된 EDGC는 한국 최대 진단검사 회사인 이원의료재단과 미국 유전체 전문기업 다이애그노믹스의 한미 합작 기업이다.

유전체 분석 기술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는 추세다. 특정 한두 개 표적의 유전자 정보를 읽는 PCR(중합효소 연쇄반응) 기술 시대에서 전체 유전자 정보를 빠르게 읽어낼 수 있는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기술 시대로 들어서고 있는 것. 유전체 정보 해독 시대에서 유전자 데이터 활용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이원다이애그노믹스㈜ 사옥 전경.



■ 전 세계 유전체 서비스 주도

한미 합작 기업인 EDGC는 다양한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세계시장에 제공함과 동시에 아시아 유전자 분석 서비스 시장을 선점했다고 알려져 있다. EDGC는 전 세계 유전체 분석 기업 중 2곳만 인증받은 BI CLIA 인증을 세계 최초로 받았으며, NGS 기술을 이용한 진단 서비스 분야에서 미국병리학회(CAP) 인증을 획득했다. 한편 EDGC는 토털헬스케어 솔루션 그룹으로 분자진단 기업인 솔젠트, 유전체 분석 및 CLIA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이애그노믹스, 유전체 기반 세계 최초 오픈 플랫폼 기업인 마이지놈박스, 의료 데이터를 분석 활용하는 메디에이지, 체외진단기기 기업인 이디지씨헬스케어(주) 등의 관계회사가 있으며 1∼2년 내 두 곳이 상장 및 합병을 앞두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EDGC는 현재 2014년 대비 4만1500% 성장한 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며, 미국의 23andMe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회사의 2019년도 매출은 500억 원으로 예상된다. 2014년 1억6000만 원에 비해 3만1000%나 매출이 늘었다. 2021년에는 매출 1000억 원을 전망하고 있다.

신상철 대표는 “EDGC는 2016년 진행된 1000만 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 표준화하는 글로벌 메가 프로젝트에 아시아를 대표해 유일하게 참여한 기업이다. 세계적인 기술력으로 한국 유전체 서비스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류를 위한 세계 최대 유전자 검사 서비스 제공’이라는 슬로건 아래 EDGC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진단 서비스를 만들며 유전자 분석의 새로운 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EDGC의 공동 대표인 이민섭 박사는 유전체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 밖에 이성훈 박사 등 최고의 연구원들이 회사와 함께하고 있다. 특히 EDGC 100여 명의 직원 중 70%가 연구개발 인력이다.

EDGC는 현재 15개 정도의 국책과제와 대학, 병원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예산 총 90억 원의 보건복지부 국책 과제로 ‘치매 조기진단키트 개발’이다. 이 키트는 해당 사업에서 같이 개발되고 있는 다양한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 진단법과 통합해 보다 쉽게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 진단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NICE)

베베진(bebegene)

진투미플러스(gene2me plus)


■ NICE(산전진단 서비스), 세계일류상품 선정

일반적으로 유전체 시장은 논문과 연구 기반의 연구용역 시장과 환자와 병원 기반인 클리닉 시장,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DTC(소비자 직접 의뢰) 시장으로 구분돼 있다. 이 중 DTC 시장은 리서치 연구용역 시장에 비해 수백만 배 큰 규모를 가지고 있다. EDGC는 일반 소비자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면서 환자, 병원 클리닉 시장에도 이전과는 다른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EDGC의 독보적인 진단 서비스 중에는 최근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된 나이스(NICE) 검사가 있다. ‘세계일류상품’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세계시장 점유율 5위 이내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상품에 한정해 수여하고 있는 인증이다. EDGC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유전체를 분석해 태아의 건강을 살펴보는 산전진단 기업 중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침습 산전진단 검사 나이스는 산모 혈액 채혈만으로 검사가 가능하며 태아의 염색체 이상을 검사해 태아의 유전적 위험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다. 기존의 양수검사를 대체하는 검사라는 점에서 ‘세계일류상품’ 인증까지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다수의 산모가 이 검사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10% 정도만 받고 있지만, 미국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 액체생검 기반 암 정복 시대 앞당겨

또 하나 가시적인 성과로 평가받고 있는 서비스는 cfDNA 기술을 바탕으로 한 액체생검 ‘EDGC S-CAN’이다. EDGC의 액체생검 서비스는 암을 1기, 극 초기에 발견해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다. 암을 정복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암을 치료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다. 현대의학은 고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어 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대부분 치유가 가능하다. EDGC는 암을 미리 조기 발견하는 것으로 그 동안 인류가 넘지 못했던 장벽에 도전하고 있다.

신 대표는 “암 조기 진단을 위한 액체생검 서비스는 미국 그레일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액체생검 연구에는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등도 개인 자금 수백억 원을 투자할 만큼 관심이 크며 글로벌 시장 규모는 몇백 조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아시아에서는 EDGC가 주도해 액체생검 조기진단 암 정복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신생아 유전자 검사로 극소량의 혈액을 채취해 높은 정확도로 신생아의 138개 희귀 유전자 질환에 대한 위험을 파악하는 ‘베베진(bebegene)’, 앤젤리나 졸리 덕분에 유명해진 유전성 암·질환 예측검사로 70만 개 이상의 유전자를 분석해 주요 암, 치매 등 30여 종의 질환에 대한 유전적 위험도를 예측하는 ‘진투미 플러스(gene2me plus)’ 등이 있다. 또 세포 시계 역할을 담당하는 텔로미어의 길이를 측정해 세포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나 노화를 평가할 수 있는 ‘텔로케어(Telocare)’ 등 다양한 진단 서비스로 유전체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텔로케어(Telocare)

S-can

유후(YouWho)


■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인 ‘cfDNA

이런 독보적인 유전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EDGC의 저력은 무엇일까. 회사의 대표적인 진단 서비스 나이스 검사와 액체생검은 모두 EDGC의 핵심코어 기술인 cfDNA를 바탕으로 삼고 있다. 사람은 평균적으로 30∼50조 개의 세포을 가지고 있으며 1초마다 약 50만 개의 세포가 태어나고 사멸한다. 세포가 사멸할 때 안에 있는 DNA가 혈액으로 흘러나오는데, 이때 cfDNA(세포핵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혈액 등 체액 속에 떠다니는 작은 DNA 조각)를 분석해 인간 질병 원인을 근본적으로 파악하는 기술이다. 회사에 따르면 3, 4년 전까지만 해도 이 기술은 과학적으로 극히 어려운 기술로 일컬어졌다. 세포에서 유리된 DNA를 잡아내기도, 분석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현재 회사의 cfDNA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EDGC의 또 다른 강점으로 BI(생물 정보학·Bio-Informatics) 분석 기술이 꼽힌다. BI란 생명 현상 관련 연구에서 나오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 관리, 분석하는 분야다. EDGC는 BI 관련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관계사 다이애그노믹스는 시가 총액 55조 원인 일루미나의 세계에서 단 2곳인 BI 소프트웨어 파트너사이기도 하다.

신 대표는 “코딩을 잘하면서 생물학적 요인을 잘 아는 사람은 드물뿐더러 역량 차이도 크다. EDGC는 최고의 BI 분석가들이 있기 때문에 수백 가지 알고리즘을 통해 다양한 것들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EDGC는 인도 현지 합작법인을 추진하고 있으며 초기 나이스(산전진단 검사) 서비스를 시작으로 인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인도 재계 10위권 내인 Phoenix 그룹과 인도 내 가장 큰 Rainbow Children Hospital과 EDGC India 설립을 목전에 두고 있다.

더불어 더욱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고 있는 것은 12개에서 56개로 확대된 DTC 허용 항목을 기반으로 유전자 검사를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 대중화를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신 대표는 “DTC DNA분석 서비스 중 하나인 ‘조상 혈통 찾기(Ancestry, YouWho)’는 세계에서 몇 개의 기업만이 분석할 수 있고, 특히 국내에서는 EDGC만이 제공할 수 있다. DTC 항목이 확대되는 2020년에 집중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며 “2020년을 유전자 검사를 이용해 대중이 더 건강해지고 자신의 몸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서연 기자 sy00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