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바른 사옥의 로고 앞에서 공정거래그룹 소속 변호사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석 정연택 서혜숙(그룹장) 변호사, 박재필 대표변호사, 김진숙 강태훈 변호사, 한인규 정사균 전문위원.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과징금 1조311억 원, 17번의 변론기일, 소송기간 2년 9개월, 소송기록 7만4810쪽.’
세계적 관심을 끌었던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글로벌 기업 퀄컴 간 ‘세기의 재판’에서 최근 법원은 “과징금 납부 명령은 정당하다”며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퀄컴 측이 국내 대형 로펌 여러 곳을 투입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도 불렸던 이 재판의 승리의 중심에는 법무법인 바른이 있었다.
승소를 이끈 바른 공정거래그룹은 파트너 변호사들이 서면과 프리젠테이션 자료 등 모든 자료를 직접 만들며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소송 과정에 매달렸다. 현장 변론을 통해 퀄컴 측 주장의 오류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룹장인 서혜숙 변호사(49·사법연수원 28기)는 “공정위에서 사건 착수 이후 많은 노력을 통해 확보한 근거자료가 큰 힘이 됐다”며 “소송 단계에서도 공정위 송무 담당팀과 ‘원 팀’이 돼 승소를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바른 공정거래그룹의 힘은 강력한 맨파워에서 나온다. 서 변호사와 정경환 변호사(42·33기)는 항공사, 생명보험사, 음원유통사, 면세점사업자 등의 담합사건에서 무혐의 또는 전부 승소의 완벽한 결과를 이끌어 낸 경험이 있다. 특히 1000억 원대 라면 담합 소송은 대법원에서 전부 승소 취지의 역전승을 이끈 것으로 유명하다.
허리에 해당하는 백광현 변호사(43·36기)는 미국 공정위 격인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고, 경인운하 담합 소송에서 전부 승소한 것을 비롯해 주요 공정거래 사건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최근에는 사법연수원 교수를 지낸 공정거래법과 지식재산권 전문가 정연택 변호사(48·30기)를 추가로 영입하는 등 진용을 보강했다.
서 변호사는 “파트너 변호사가 사건 초기부터 전체적인 전략 수립은 물론 서면 작성 등 실무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것이 바른 공정거래그룹의 강점”이라며 “막사에서 지휘만 하는 게 아니라 병사들과 함께 전장을 누비는 장수가 많은 군대가 승리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바른 공정거래그룹은 내년에도 공정거래 이슈가 중요하게 부각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공정위는 내년에 반도체 제조사, 네이버와 구글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등의 독과점 남용행위를 집중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정연택 변호사는 “산업 재편 과정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속속 등장하면서 기존의 전통적인 규제와 충돌하는 이슈가 계속 나올 것”이라며 “지식재산권과 공정거래가 부딪치는 부분에서 새로운 룰이 정해지는 과정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른은 올해 2월 공정거래수사대응팀을 기존 공정거래팀에 편입시켜 공정거래그룹으로 확대했다. 기존 공정거래팀 파트너 변호사 10명, 소속변호사 15명에 파트너 변호사 9명과 소속변호사 4명, 공정위 출신 전문위원 2명을 더해 40명의 전문가 집단이 공정거래 관련 사건에 몰두하고 있다. 또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한 검찰 고발 확대와 수사권 조정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바른의 형사그룹과도 협력해 공정거래 수사 대응의 전문성도 높여가고 있다.
서 변호사는 “변호사의 힘은 결국 사건을 얼마나 더 많이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가에서 나온다”며 “고객을 위해서 한 시간이라도 더 사무실에 남아 방대한 분량의 기록을 모두 섭렵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 매일 매일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