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의 가수 싸이. 사진제공|빌보드
■ 2010∼2019년 연예계 희로애락
저물어가는 2019년은 2010년대를 마무리하는 종착점이자 다가오는 2020년대를 예비하는 시점이다. 강산도 변하게 한다는 10년, 결코 짧지 않은 시간 속에서 연예계도 격변의 과정을 거쳤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가운데 갖은 사건사고에 분노한 대중은 당대 스타들이 안겨주는 흐뭇한 즐거움에 위로받았다. 그 주역들을 통해 2010년대 연예계를 다시 기록한다.
● 희(喜)
▲ 싸이
최근 미국 빌보드가 ‘2010년대를 정의한 100곡’ 가운데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선정됐다. 그는 2012년 여름 발표한 6집 앨범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을 통해 글로벌 스타로 자리 잡았다. 시작은 뮤직비디오 속에 담긴 ‘B급 정서’와 한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쉽고 경쾌한 멜로디, 무엇보다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말춤’이었고, 이를 타고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기적’을 일궜다. 당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으로부터 “2012년 세계 최고의 벼락스타”에 꼽혔다. “싸이는 현재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이끈 케이팝 부각의 징검다리”(빌보드)라는 설명처럼,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최초로 조회수 10억 건을 돌파했다.
전 세계를 휩쓴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제공|CJ ENM
▲ 방탄소년단
이제는 ‘BTS’로 더 익숙하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그 흔한 방송사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를 해보지도 못한 ‘흙수저’였지만, 2017년 초부터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주무르는 그룹으로 우뚝 성장했다. 해외에서 먼저 성공 가능성을 인정받아 ‘노는 물’이 다르다. 내놓는 앨범마다 한국과 미국, 영국 등에서 역대 판매량을 갈아 치웠고, 한국가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에서 세 번이나 1위를 차지했다. 이들과 함께 한국 대중가요사가 새롭게 씌어졌고, 이들의 도전은 현재진형형이다. 케이팝의 불모지였던 서구시장의 문을 힘차게 열어젖히며 슈퍼엠, 갓세븐, 몬스타엑스, NCT 127,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이 그 외연을 넓히고 있다.
중국 한류 열풍을 지핀 ‘별그대’의 전지현·김수현 커플. 사진제공|SBS
▲ 전지현·김수현
2013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으로, 2000년대 초반 가수들이 불씨를 지핀 중국 한류를 본격적으로 재점화했다. 전지현의 옷과 화장품 등 모든 아이템은 불티나게 팔렸다. 김수현은 향후 한류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급성장했다. 드라마 인기는 관광산업 등 중국인을 겨냥한 관련 업종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극중 전지현의 “치맥”이라는 대사에 치킨과 맥주를 먹기 위해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이 급증할 정도였다. 열풍은 2016년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이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한국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한한령’의 장벽을 높였다. 한류의 파급력에 자국 콘텐츠가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시선도 있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의 봉준호 감독. 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
▲ 봉준호 감독
2019년 ‘기생충’으로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등이 주연한 영화는 ‘없는 자’들이 겪어내야 하는 ‘계급사회’의 비참함을 첨예한 풍자의 시선으로 그려 평단과 관객의 큰 지지를 얻었다. 내년 미국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상까지 노리고 있다. 1990년대 이후 한국영화의 새로운 중흥기를 넘어 1919년 ‘의리적 구투’로부터 시작된 한국영화사 100년 성과의 일차적 집대성이라 할 만하다. 봉 감독은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옥자’ 등 작업으로 현실을 향한 발언에 세밀함을 더하며 당대 최고의 연출자로서 명성을 얻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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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怒)
▲ 신정환
2010년대 ‘희대의 거짓말’로 꼽히는 ‘뎅기열 사건’의 장본인이다. 두 번의 도박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때였다. 2005년 11월 한 불법도박장에 출입한 문제로 구속 및 약식기소된 것에 이어 2010년 9월 해외원정 도박 혐의로 2011년 6월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특히 출연하던 KBS 2TV ‘스타 골든벨’, MBC ‘라디오스타’ 등 녹화에 불참한 채 도박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방송가에서 퇴출됐다. 그 과정에서 “전염병인 뎅기열에 걸려 귀국하지 못했다”며 필리핀의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는 듯한 사진을 조작, 공개해 대중의 분노를 샀다. 2017년 케이블채널 엠넷 ‘프로젝트 S:악마의 재능기부’에 출연했으나 냉담한 대중의 반응으로 방송가 복귀에 실패했다.
일명 ‘버닝썬 게이트’의 장본인 가수 승리(왼쪽)와 성관계 불법 촬영 및 유포로 중형을 선고받은 정준영은 올해 대중에 충격과 분노를 안겼다. 스포츠동아DB
▲ 승리·정준영
2019년을 활기차게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빅뱅의 승리가 사내이사로 있던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에서 폭행, 마약 투약, 성매매, 성 접대, 성폭력 사건 등이 벌어졌다는 의혹이 속속 제기됐다. 심지어 경찰과 유착 의혹까지 이어지면서 논란은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로 번졌다. 경찰은 서울지방경철청은 물론 광역수사대, 지능범죄수사대, 마약수사대 등 126명으로 합동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다. 승리는 이후 해외 원정도박 혐의까지 추가돼 기소됐다. 정준영, 최종훈 등 남자 아이돌 가수들은 휴대전화 메신저 단체대화방에서 성관계 장면을 불법 촬영하고 유포한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
▲ 조재현·김기덕
2017년 할리우드에서 발화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의 불길은 지난해 한국 문화예술계에서도 점화했다. 연예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배우, 감독, 방송인 등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성폭력을 자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배우 조재현은 드라마 스태프와 동료 배우 등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삶을 돌아보겠다”고 사과하며 무대를 떠났다. ‘빈집’으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 역시 성폭력 혐의로 피소됐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에 여성단체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2018년 ‘미투’운동은 성폭력 추방과 문화콘텐츠 현장의 성 평등을 위한 본질적인 고민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구하라와 설리. 사진출처|구하라 인스타그램
▲ 설리·구하라, 그리고 떠나간 스타들
걸그룹 에프엑스 출신 설리와 카라 출신 구하라가 10월14일과 11월24일 안타깝게 세상과 이별했다. 갑작스러운 이들의 비보에 연예계와 대중도 슬픔에 잠겼다. 연예계 안팎에서는 생전 ‘악플’에 시달린 이들의 비극적 선택에 아파하며 그 심각성과 경각심을 새삼 제기했다. 대중 사이에는 “악플은 범죄”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는 단초가 됐고, 포털사이트 카카오는 연예뉴스에서 댓글 기능을 폐지키로 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와 대한가수협회 등 연예계는 악플 근절을 위한 단체행동에 나섰다. 한편 배우 신성일·최은희·전미선·박용하, 가수 신해철·김지훈, 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 등이 추억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나갔다.
▲ 김영희 PD
2011년 MBC ‘나는 가수다’를 통해 음악예능프로그램, 특히 오디션(경연)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무대를 개척했다. 가수들이 다른 가수의 노래를 자신의 스타일로 부르며 경연하는 콘셉트와 청중평가단이 현장에서 순위를 매기는 방식은 신선했다. 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대거 등장했다. ‘아류’라는 저평가를 받았던 KBS 2TV ‘불후의 명곡’과 MBC ‘복면가왕’은 여전히 인기리에 방송 중이다. 하지만 허각, 서인국, 존박, 악동뮤지션, 워너원 등 많은 스타를 배출하며 2010년대 뚜렷한 흐름을 이끈 오디션프로그램은 올해 케이블엠넷 ‘프로듀스’ 시리즈 제작진의 시청자 투표 결과 조작 파문으로 빛이 바래고 말았다.
● 락(樂)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PD 신원호. 사진제공|CJ ENM
▲ 신원호 PD
2012년 드라마 ‘응답하라 1997’로 과거를 추억하는 복고라는 새로운 문화 소비 방식의 열풍을 일으켰다. ‘응답하라 1994’(2013년)와 ‘응답하라 1988’(2015년)로 이어지며 방송가에 한동안 레트로 신드롬이 불었다. 이는 예능프로그램으로까지 이어졌다. 2014년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가 1990년대 활약했던 가수들을 다시 ‘소환’했다. 이를 계기로 2014년 젝스키스, 2016년 H.O.T.가 각각 16년, 17년 만에 재결성했다. 2019년에는 ‘온라인 탑골공원’ 아래 1990년대 인기곡들이 재조명받았다. 양준일은 그 대표적 수혜자다.
통쾌한 화법과 유머감각, 위로와 공감을 자극하는 행동으로 ‘스타들의 스타’로 떠오른 펭수. 사진제공|EBS
▲ 펭수
남극에서 온 10살배기 펭귄 ‘펭수’가 연예계를 휩쓸었다. 올해 4월 시작한 EBS 어린이프로그램 ‘자이언트 펭TV’의 주인공인 펭수는 2019년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한 방송사 프로그램의 캐릭터가 다른 방송사에 모두 출연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귀여운 외모와 ‘소속사’인 EBS의 사장에게도 직설을 날리는 통쾌한 성격으로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유행어로는 “김명중!(EBS사장)” “눈치 챙겨!” 등이 있다. 배우 이병헌, 하정우,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과 차례로 만나면서 인기를 과시했다. 29일 MBC ‘2019 방송연예대상’ 무대에 이어 내년 1월1일 첫 행사인 서울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도 초청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