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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서도 ‘99번’… 류현진 ‘100%의 다짐’

입력 | 2019-12-30 03:00:00

‘4년 8000만달러’ 정식 입단식… NHL 전설 그레츠키 등번호 받아
“안방 로저스센터 오를 때마다 내가 가진 힘 100% 다하겠다”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에 계약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28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모자를 쓰고 있다. 토론토=AP 뉴시스

“헬로, 캐나다. 봉주르!(Hello, Canada. Bonjour!)”

캐나다 토론토를 연고로 하는 블루제이스의 에이스로 2020시즌을 맞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은 영어와 프랑스어를 섞어 토론토 팬들에게 첫 인사를 했다. 두 언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캐나다를 고려한 센스 있는 인사말이었다.

28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류현진은 이후 영어로 소감을 밝혔다. “이곳에 오게 돼 행복하다. 토론토가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토론토 역사상 3번째로 큰 규모(4년 8000만 달러·약 928억 원)의 계약을 한 류현진은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한 뒤 아내인 배지현 전 아나운서와 함께 안방으로 쓸 로저스센터를 둘러봤다. 그를 맞이하기 위해 마크 셔피로 사장과 로스 앳킨스 단장, 찰리 몬토요 감독 등 토론토 구단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토론토 구단은 류현진의 등번호 ‘99번’이 새겨진 3개의 유니폼을 준비하는 정성을 보였다. 류현진과 아내 배 씨, 그리고 내년에 태어날 ‘류현진 주니어’를 위한 유아용 유니폼이었다.

류현진은 KBO리그 한화에 입단한 2006년부터 99번을 달았다. 2013년 LA 다저스에 입단한 이후 올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뛴 7년간도 99번을 유지했다. 토론토에서도 당연히 99번을 달기로 했다.

입단식을 마친 류현진은 아내 배지현 전 아나운서와 함께 로저스센터를 둘러봤다. 류현진이 임신한 아내의 배 위로 자신의 등번호 99번이 새겨진 ‘류현진 2세 유니폼’을 대보고 있다. 2세 유니폼은 토론토 구단이 선물한 것이다. 토론토=AP 뉴시스

그런데 토론토가 있는 캐나다에서 99번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캐나다 출신의 전설적인 아이스하키 스타 웨인 그레츠키(59)의 등번호이기 때문이다. 1999년 현역에서 은퇴한 그레츠키는 곧바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NHL 역사상 최다 골(894개)과 최다 어시스트(1963개) 기록을 갖고 있는 그를 기리기 위해 NHL은 99번을 전 구단 영구 결번으로 지정했다.

입단식에 함께했던 류현진의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는 “캐나다가 99번을 미국 LA에 빌려줬었는데 류현진과 함께 캐나다로 다시 가져오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류현진이 과거 여러 차례 밝혔듯 아무 의미 없이 선택한 99번이 이젠 ‘괴물’을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류현진은 “토론토는 2019시즌이 끝난 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나를 첫 번째로 생각해줬다. 또 발전 가능성이 큰 젊은 선수가 많아 그들과 경기를 하고 싶었다”고 토론토를 선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토론토에도 한인 팬이 많이 있다고 들었다. 2013년에 처음 왔을 때에도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더 많은 한인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류현진은 29일에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진과 함께 “로저스센터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내가 가진 100%의 힘을 다하겠다”고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정식 계약을 마친 류현진은 30일 오후 귀국해 새 시즌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계획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