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효종의 죽음이 급작스러웠다고 하지만 그 징조는 그해 1월부터 나타났다. 감기 증상을 앓던 효종은 연일 비 오듯 땀을 쏟았다. 감기는 기침과 천식으로 이어져 3월 들어서도 회복되지 않았다. 코가 막히고 냄새를 가리지 못하며 맛을 구별할 수 없는 증상으로 변했는데, 20여 일 동안이나 계속된다. 승정원일기는 ‘감기는 풀렸으나 기침이 남아있고 폐장이 허약해 목소리가 잠기고 코가 막힌다고 진단하면서, 내의원이 두 달간 약물과 침으로 치료해 후각이 돌아왔다’고 쓰고 있다.
후각 기능의 장애는 호흡성, 말초신경성, 혼합성, 중추성 등으로 분류한다. 호흡성 후각 장애는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만성 부비동염 등의 질환에 의해 냄새 입자가 콧속 감각세포(후세포)에 도달하지 못해 일어난다. 말초신경성과 중추성, 혼합성은 후각 기능, 즉 신경 자체가 감퇴되는 경우다. 사실 코의 후각 중 냄새보다 낌새를 느끼는 야곱슨 기관도 있다. ‘코’의 저자 라이얼 왓슨은 이성을 유혹하는 페로몬 정보나 주변 신호를 포착하여 낌새를 느끼는 중요한 곳으로 보았다. 루소가 냄새는 기억과 욕망의 감각이라는 말이나, 니체가 육감이자 직관적 지식의 감각은 냄새라고 한 말과 연결된다.
효종은 대중적 처방 대신 독자적인 처방을 적용해 효험을 봤다. 기혈이 모두 쇠진해 생기는 전신쇠약증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팔물탕이라는 처방이었다. 효종이 팔물탕을 복용한 후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감각이 되살아났다는 사실은 당뇨병과 그로 인한 합병증이 기혈이 완전 고갈될 정도로 심각했다는 방증이다. 효종은 후각 장애를 치료한 후 두 달 만에 사혈 치료를 받다 피가 멎지 않아 급사했다. 의학적으로 그의 죽음은 이미 왕이 되던 첫해부터 예고됐던 셈이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