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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나 비극인가![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입력 | 2019-12-30 03:00:00


28일(현지 시간) 미국 코미디 풍자쇼 ‘SNL’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의 배우 앨릭 볼드윈(왼쪽)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역의 코미디언 케이트 매키넌(가운데)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이라며 탄핵 서류를 들이밀었다. 사진 출처 NBC방송 웹사이트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올해 칼럼을 결산하면서 누가 가장 많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는지 알아봤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입니다. 올해 마지막 칼럼 주인공도 트럼프 대통령으로 준비했습니다. 트럼프 탄핵 정국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You can’t chalk it up to the slip of a finger.”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쓰는 단어는 ‘outrageous’입니다. 자신을 탄핵시킨 민주당을 “터무니없다”고 비난합니다. 그런데 철자가 틀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트윗들을 보면 ‘outrageous’가 아니라 ‘outrages’라고 쓰여 있습니다. 워싱턴의 유명 변호사이자 캘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의 남편인 조지 콘웨이는 “대통령이 얼마나 바보 같으면 이런 기본적인 철자도 틀리느냐”고 약을 올립니다. ‘Chalk up’은 ‘핑계를 대다’라는 뜻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자가 틀린 것을 손가락이 미끄러졌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댈 수 없다는 겁니다. 손가락이 한 번 미끄러진 것이라면 그렇게 매번 철자를 틀리겠습니까.

△“This is the hand he’s been dealt.”

예컨대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데 주변 상황이 불리합니다. 그렇다고 시도해 보지도 않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상황이 어떻든 나는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럴 때 “Play the hand you’ve been dealt”라고 말합니다. 대통령이 탄핵당했다고 분노 나타내면 되겠습니까. 국가를 경영하기 위한 정책도 내놓아야 하고 외교도 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통하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은 “그는 탄핵이라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합니다.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진전시키고 내년 예산안에 서명한 것을 말하는 겁니다.

△“What a travesty it is!”

뒤쪽을 생략하고 그냥 “What a travesty!”라고 더 많이 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하자 공화당 의원들이 자주 이런 말을 합니다. ‘Travesty’라는 단어는 좀 복잡한 의미가 있는데요. 원래 뜻은 ‘왜곡되고 오해된 상황’을 말합니다. 현대에 와서는 ‘비극’이라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민주당이 만들어놓은 현 상황이 매우 비극적이라는 것이지요.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