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분당의 닭강정 점주 A 씨가 가정집에 30인분 배달을 갔다가 “졸업 후에도 아들을 괴롭히는 아이들이 주문한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악마 같은 학폭 가해자를 처벌하자’는 취지의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누리꾼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학폭 피해가 계속되는 것’이라는 분노의 댓글을 쏟아냈으나 사실은 불법 대출 사기에 연루된 피해자에게 사기단이 보복을 한 ‘허위 주문’ 소동이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30마리나 배달된 닭강정을 보고 아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닭강정 점주는 이 말을 듣고 의분으로 인터넷에 올려 고발했다. 그의 글을 본 누리꾼들이 부글부글 끓어올랐고 일부 인터넷 언론은 ‘닭강정 학폭 사건’이라며 대서특필했다. 이 모든 일은 불과 하루 남짓 만에 빠른 속도로 전개됐다. 누리꾼들의 뜨거운 반응은 ‘학폭’이 얼마나 대중적인 공분을 사는 예민한 사회 문제인지 유감없이 보여준다.
▷‘닭강정 30인분’ 사건이 팩트와 추측이 혼합되면서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과정에서 특별한 악의는 개입되지는 않았다. 초스피드로 이루어지는 온라인 여론 형성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순식간에 과장된 미담과 영웅을 만들 수도, 방향이 틀리면 누군가에게는 억울한 ‘주홍글씨’를 새길 수도 있다.
▷온라인상에서 진실과 거짓, 미담과 악행, 선악 판정이 진위를 확인할 시간 여유 없이 순식간에 내려진 뒤 일단 퍼져나가면 사마난추(駟馬難追·한 번 뱉은 말은 말 네 필이 끄는 수레로도 따라갈 수 없다)가 되어 쉽게 주워 담을 수가 없게 된다. 옛말에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고 했는데, 온라인 시대에는 확산 범위는 물론 속도마저 번갯불보다 빠르니 참으로 위험하고 조심스러운 세상이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