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상대 폭력 잇따르자 자구책… CCTV외에 액션캠 설치도 늘어 임세원 교수 사망 1년 됐지만… 환자 흉기난동 등 불안감 여전
27일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의 한 직원이 강화유리로 만들어진 ‘방패용 액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제공
서울대병원은 폭력이 많이 발생하는 예진실, 채혈실, 응급실 등 공간에 액션캠을 설치한 뒤 간호사가 착용한 전자시계를 누르면 액션캠과 연결돼 음성과 같이 녹화되도록 할 방침이다. 의료진의 목에 거는 신분증 줄도 최근 모두 교체했다. 누군가 신분증 목걸이를 심하게 잡아당기는 상황이 발생하면 신분증과 목줄 사이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도록 했다. 정신건강의학과를 비롯해 진료실, 응급실의 상처 꿰매는 공간에는 비상 시 옆 진료실로 대피할 수 있는 비상구를 만들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간호사들의 경우에 몸에 지니는 보디캠으로 해달라는 목소리도 있었을 정도로 언어폭력·폭행 대비 요구가 크다”며 “다만 진료실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수도 있어 법적인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4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라 내년부터 100개 이상 병상을 갖춘 병원급 의료기관에는 경찰청과 연결되는 비상벨을 설치하고 1명 이상의 보안인력을 둬야 한다. 정부는 이에 따른 비용 일부를 수가로 보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비상벨과 보안인력 배치는 병원 자율에 맡겼다. 수가가 지원된다고 해도 병원 곳곳에 배치하자면 부담이 적지 않다. 올해 10월 24일 을지대병원 정형외과에서는 환자의 칼부림으로 의사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을지대병원 응급실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는 비상벨이 있었지만 정형외과 진료실에는 없었다. 병원 측은 사건이 있고 나서 비상벨을 각 병동 간호사 스테이션과 외래 진료실 등으로 확대 설치하기로 했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다른 병원들도 정부 대책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커지자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달 6일부터 5일간 전체 2034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긴급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근 3년간 진료실에서 환자·보호자 등으로부터 폭언 또는 폭력을 당한 회원은 1455명(71.5%)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정부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이미지·위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