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조원태, 성탄절에 언쟁… 李 ‘나한테 잘해라’ 캐스팅보트 비쳐 趙 ‘경영 인사에 나서지 말라’ 반발
29일 재계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은 성탄절인 25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자택을 인사차 찾았다가 이 고문과 언쟁을 벌였다. 이 자리에는 3남매 중 막내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있었다.
조 회장은 이 고문과 조 전 부사장의 공개적인 ‘반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 고문의 묵인에 대한 불만이 나왔고, 이 고문은 고 조양호 회장의 공동 경영 유훈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이 화를 내며 자리를 뜨는 과정에서 거실에 있던 일부 물건이 깨지는 등 소란이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오너 일가가 지분을 아슬아슬하게 나눠 가진 상황에서 이 고문 측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암묵적으로 하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이 고문이 ‘나한테 잘하라’는 태도로 인사 등 회사 경영에 개입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경영, 특히 인사에 나서지 말라. 그러면 회사가 다 망가진다’라는 태도를 보이면서 이 고문 측과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조 회장이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임명하는 등 측근으로 인사를 단행하자 이 고문이 불만을 드러내면서 가족 불화로 번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어떻게 결론날지가 중요해졌다.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이 고문, 조 회장, 조 전 부사장, 조 전무 등 4명 전부 만족하는 합의는 어렵더라도 일부 합종연횡의 수준으로 합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7.29% 지분을 가진 토종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 측으로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어서다.
이 사건과 관련해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금까지 신고나 고소·고발이 들어온 것은 없다”며 “자체적으로 수사에 나서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배석준 eulius@donga.com·구특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