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다. 에르빈 로멜의 유능한 부하였던 한스 폰 루크의 회고록에는 연합군과 똑같은 당혹감과 절망이 묘사되어 있다. 독일군이 있는 힘을 다해 연합군을 공격하고 공격에 성공해서 지상부대를 밀어내는 데 성공해도 바로 엄청난 포탄과 폭탄이 그들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하늘은 연합군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독일군 탱크가 강하다고 해도 공군의 눈에 뜨이는 순간 큰 피해를 입었다.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다 위에 떠 있는 군함에서 쏟아지는 함포의 포격이었다. 지상의 어떤 대포보다도 크고 강력한 함포의 위력은 정말로 무시무시했으며 함포의 사거리 안으로는 어떤 용맹한 부대도 도저히 발을 들이거나 버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성공적으로 연합군의 공세를 막아내고 있음에도 독일군이 좌절했던 이유는 그들의 목적이 연합군을 바다로 밀어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방어선 전투에 승리했다고 해도 전투의 목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의미가 없었다. 독일군이 함포와 폭격으로 방호되는 연합군 교두보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은 자명했기 때문이다. 전투에서 이겨도 전쟁에서 진다는 것이 이런 경우다. 수많은 승리에도 불구하고 목표에는 한 발자국도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갈등이 심해지고 증오만 남으면 싸움을 위한 싸움이 늘어난다. 그러면 사회 전체는 나아가야 할 길에서 더 멀어지고 더 깊이 침몰하게 된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