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근로장려금 등 지출 늘려 소득불평등 역대 최저치 나타냈지만 영세 자영업자 업황 악화는 여전 중산층 저소득층 富 축적 위한 자산보유정책의 효과성 높여야
이인실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한국 경제도 비슷한 양상이다.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의하면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척도인 균등화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2018년 0.345로 2011년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이며, 소득 5분위 배율 역시 6.54배로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다. 소득불평등이 대폭 개선된 해란 이야기다. 미래의 빚이 느는 것을 감수하며 기초연금, 근로장려금, 각종 수당 등 공적이전소득 지출을 늘려온 덕에 나타난 뜻깊은 결과다.
하지만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정책노력 의지를 담았다며 2.4%라는 장밋빛 성장률을 전망한 정부는 불평등의 또 다른 불편한 진실도 직시해야 한다. 같은 조사에 의하면 자산과 부채를 감안한 순자산 지니계수는 0.597로, 전년 대비 0.009 증가했다. 상위 20%의 순자산은 전년 대비 3.5% 늘어난 반면에 하위 20%의 순자산은 3.1%나 줄었다. 특히 상위 10% 분위만 자산점유율이 늘었고, 모든 하위 분위에서 점유율은 늘지 못했다. 자산 불평등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물론 이는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유 부동산 등 자산가격 변화 때문이다. 투기를 잡겠다며 민간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해 부동산 공급을 얼어붙게 하더니 설상가상으로 교육부까지 자사고, 특목고 폐지 정책을 강행하면서 학원 인프라가 많은 지역 부동산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려놓은 정책과 비슷한 맥락의 정책을 이어온 탓이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외적인 충격에도 인적·물적 자원을 신속히 동원하고 자원을 적절히 배분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있어 다른 어느 국가보다 앞서 나갔다. 이런 다이내믹 코리아가 최근에는 글로벌 평균 추이조차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소모성 복지지출 확대로는 불평등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취약한 부문에 사회간접자본과 교육 투자를 늘려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자산 형성을 통해 부를 축적할 수 있도록 자산보유정책의 효과성과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며 시작된 격동의 2010년대가 끝나고 각 국가가 각자도생해야 하는 초불확실성과 혼돈의 2020년대가 시작된다. 경제가 튼튼하고 정부가 유능하며 국민들이 힘을 모아 지지하는 나라가 살아남는다. 어렵고 불안한 시대에 국민을 힘내게 하는 파이팅 정신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 불평등도가 높아지면 경제정책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효과적으로 결집시키기 어렵다. 영화계처럼 지금까지 이런 해는 없었다는 현실을 직시하자. 대박 영화도 좋지만 중박 영화가 많이 나오는 게 더 좋다.
이인실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