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KT 이사회는 전원 합의로 새로운 CEO 후보에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인 구현모 사장을 단독 확정했다. 황창규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주총에서 최종 승인될 예정이다. 구 사장은 1987년 입사한 정통 KT맨으로 전략 기획이 전문이다. 11년 만의 내부 출신 CEO인 것이다. 앞으로 계열사 43개, 임직원 6만1000명, 연 매출 23조 원, 자산 34조 원으로 재계 순위 12위인 KT그룹을 이끌게 된다. 연봉도 내리고 공식 직함을 대표이사 회장이 아닌 대표이사 사장으로 낮춰 겸손 모드로 갈 모양이다.
▷KT는 포스코, KT&G 등과 마찬가지로 주인이 워낙 많고 흩어져 있다 보니 사실상 주인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회장 인선에 청와대를 포함한 정권 실세의 입김이 절대적이었다. 그 후과(後果)로 전임자들이 줄줄이 불행한 일을 겪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남중수 사장과 이석채 회장이 재판을 받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황창규 회장 역시 정권이 바뀌자 수사를 받았다.
▷정부로서도 이목이 집중된 KT 인선에 드러내놓고 간여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작년 포스코 최정우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과거보다 정치적 입김이 적었다는 평가가 있다. 반면 올해 KT&G 백복인 사장의 연임을 막으려고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 지분을 동원했다가 의도를 관철하지 못하고 정부 체면만 구긴 일도 있었다. 민영화된 공기업의 CEO 선임이 투명하게 이뤄지는 관행이 쌓여가야 한다. 이번 구 사장 선임이 담고 있는 가장 큰 의미는 2002년 KT 민영화 이후 사실상 첫 평화적 CEO 교체라고 할 수 있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