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법 국회 통과]심재철 “분노 한데 모아 사퇴 결의” 10년 만에 총사퇴 카드 꺼내들어… 실제 사직처리 될 가능성은 낮아 의장석 둘러쌌던 한국당 물러나자 4+1, 일사천리로 표결 처리 홍준표 “목숨 건다더니… 한강 가라”
국회의장-한국당 의원들 몸싸움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국회사무처 관계자들이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하고 있다. 이들은 문 의장이 발동한 질서유지권에 따라 투입된 국회 경위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한국당은 4+1이 본회의장에서 공직선거법을 통과시키는 동안 2시간의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직 총사퇴와 의원 전원 불출마 선언 등을 놓고 논의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분노를 한데 모아 의원직 사퇴를 결의해야 한다는 데 이르렀다”며 “사퇴서를 직접 작성해 제출하기로 했고, (의총에 불참한 의원들을 제외하고) 일부는 (사퇴서를 원내지도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다만 심 원내대표는 “사퇴서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원내대표단, 당 지도부와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일단 사퇴서를 받아두고, 대여 압박 카드로 쓰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한국당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사퇴서를 제출할 경우 임시회 중에는 본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의원 한 명씩 사직을 의결하게 돼 있다. 한국당 의원 108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면 108번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것. 하지만 문 의장의 재량으로 아예 사직 안건을 상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당은 나경원 전 원내대표 때부터 패스트트랙 법안들의 국회 통과가 임박할 경우 대여 투쟁 수단으로 의원직 총사퇴를 고민해 왔다. 원외인 황교안 대표는 의원들의 총사퇴 논의에 대해 침통한 표정으로 듣기만 한 채 특별한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지도부 책임론 등은 불거지지 않았다.
이날 본회의장에서 공수처법의 운명은 앞서 진행한 무기명 투표 찬반 표결에서 사실상 허무하게 결판이 났다. 4+1 내부 이탈표를 기대한 한국당이 무기명 투표를 신청했지만, 투표 방식 찬반 표결에서 찬성 129명, 반대 155명, 기권 3명으로 범여권 표가 압도적이었다. 무기명 투표가 좌절되면 공수처법 표결 자체에 참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던 한국당은 표 대결에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고 본회의장에서 퇴장해 버렸다.
한국당의 퇴장으로 조용해진 본회의장에서 문 의장은 곧바로 ‘권은희 공수처안’을 상정했다. 재석 173명 중 찬성 12명, 반대 152명, 기권 9명으로 부결이었다. 뒤이어 상정한 4+1의 공수처법안은 재석 177명 중 찬성 160명, 반대 14명, 기권 3명으로 가뿐히 가결됐다. 본회의 시작 29분 만에, 한국당 퇴장 11분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한국당을 향해 “목숨 걸고 막는다고 공언하더니만 무기력하게 모두 줘 버렸다”며 “오늘 밤이라도 모두 한강으로 가(죽어)라”고 했다.
막판 표심 이탈을 걱정했던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공수처법 표결을 앞두고 일부 독소조항을 우려하는 4+1 내의 이탈을 막기 위해 추가 합의문을 작성하며 공조체제를 재확인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법안 통과 직후 페이스북에 “아, 20년이여. 노무현 대통령님, 문재인 대통령님, 위대한 민주국민이여”라고 자축했다.
최고야 best@donga.com·강성휘·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