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가운데), 김상조 정책실장(오른쪽),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달 10일 문재인 정부 임기 반환점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노 실장은 “성과도 있었지만 보완해야 될 과제들도 있다”며 “더 분발하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DB
한상준 정치부 기자
“남긴 게 없으니 그렇다. 2019년에 국민이 느끼는 성과가 무엇일지 생각해보면, 선뜻 꼽아지지 않는다. 2017년과 2018년 연말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2017년은 대통령이 바뀌었고, 정권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온 국민이 체감한 해였다. 대통령은 매일 출근했고, 다양한 행사를 통해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다. 뒤이은 2018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남북 관계였다. 남북 정상은 나란히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MDL)을 넘었고, 북-미 정상이 처음으로 만나 악수했다. 2018년 12월의 최대 관심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한 답방 성사 여부였다.
‘조국 사태’를 굳이 꺼내들지 않아도, 집권 2년 동안 누적돼 온 정책적 후유증들이 올해 우후죽순처럼 고개를 들었다. 여기에 각종 엇박자도 두드러졌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수도 없이 혁신성장과 규제 완화를 말했고, 관련 현장을 수시로 찾았다. 그러나 국민이 느끼는 건 차량공유서비스인 ‘타다’를 이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뿐이다. 정부가 12·16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청와대의 다주택자 참모들에게 “집을 팔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3월 청와대가 2주택자도 아닌 3주택자를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내세웠던 사실을 국민은 아직 기억하고 있다.
결국 노 실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며 “이제는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강조했던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미진했음을 인정하고, 올해가 아닌 내년을 기약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청와대가 비상한 각오로 2020년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 게 정상이다. 임기 4년 차를 맞는 내년에는 더더욱 정책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절실함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내년 국정 목표는 2019년을 하루 남겨둔 30일까지도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청와대는 올해 초 흐지부지 끝난 각 부처의 업무보고를 2020년을 맞아 다시 시작할지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반면 내년 4월 총선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관심은 식을 줄 모른다. 올 한 해 수십 명의 참모들이 총선 출마를 위해 떠났고, 새 인물들이 그 자리를 채웠지만 청와대의 총선 출마자 교통정리는 새해에도 이어질 태세다.
여야 각 정당은 새해 목표로 총선 승리를 내세울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다르다. 공직자의 선거 중립 의무 때문만이 아니다. 청와대는 총선 전에도, 총선 후에도 변함없는 국정 운영의 컨트롤타워다. 내년 4월 총선의 결과와 상관없이 현 정부의 임기는 2022년 5월까지다.
결국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냉정하게 새해 국정 운영의 목표를 점검하고 수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20년 세밑에도 “이제는 성과로 평가받겠다”는 다짐을 또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한상준 정치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