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58년생 개띠는 이미 유명했다. ‘개띠 전쟁’이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도 있었고, ‘58년생 개띠 우리 아버지’라는 장편 소설도 있었다. 58년생 개띠는 한국전쟁 이후 태어나 보릿고개를 겪고, 눈부신 경제발전의 일선에 있었으며, 한편으로는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있었다. 58년생 개띠는 격동의 세월을 보내면서 개인의 행복, 개성, 취미 이런 것보다는 생계, 자녀를 위한 헌신 같은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아 쉼 없이 달려왔고,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지 못해 서로를 보듬으며 살고 있었다. 마음 한구석이 짠했다.
20대 시절, 나는 평범한 아들은 아니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내가 숨 쉬는 것조차 탐탁지 않아 했고, 나도 매사에 타박을 들으니 아버지가 별로 좋지 않았다. 아마 관심이 없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30대 들어 아버지는 당신의 거래처, 지인들을 내게 의뢰인으로 소개해 주었는데, 그런 사건은 아버지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 있어 수임률이 굉장히 높았다. 의뢰인들과 이런저런 아버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조금씩 변했고, 58년생 개띠인 아버지의 인생도 궁금해졌다.
2019년을 돌아보면, 사회적으로 이런저런 갈등이 유독 많았던 한 해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사회적 갈등 중에서 가장 골이 깊지만 의외로 풀기 쉬운 것이 ‘세대 간 갈등’인 것 같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지도 않아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청년 세대가 아버지 세대에 먼저 손을 내밀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그렇게 하면 아마 새로운 해에는 영원한 내 편이자 든든한 친구가 하나 더 생길 것이다. 아버지 세대와 나누는 대화들은 생각보다 재미있고, 의외로 큰 도움이 된다.
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