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유대인 가문 중 하나인 로스차일드 패밀리를 상징하는 문양은 아예 화살 5개를 묶은 것이다. 화살 5개는 5명의 아들을 상징한다. 대금업자였던 메이어 로스차일드는 아들들이 독일,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에 살면서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도록 했다. 1815년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벌어진 워털루전투에서 영국이 승리했다는 정보를 가장 먼저 안 이들은 영국이 졌다고 소문을 퍼뜨린 후 영국 국채가 폭락하자 이를 헐값에 대량으로 사들여 초대박을 터뜨린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명백한 증권시장 공시 위반이겠지만, 어쨌든 형제들의 협동이 막대한 부의 원천이 된 셈이다.
유대인 성공 비결을 흔히 돈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강한 교육열에서 찾는다. 그러나 핵심은 협동심이다.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오랜 고난과 핍박을 거치면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탓이다. 20세기 초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은 이스라엘로 이주해 키부츠라는 집단농장을 통해 국가의 틀을 잡아 나갔다. 키부츠라는 말이 바로 협동을 뜻하는 히브리어다.
교수신문이 올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 한 몸통에 머리가 두 개 달린 새의 두 머리가 서로 질투하다가 결국 모두 죽게 된다는 슬픈 얘기다.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자기도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현재 한국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선정의 이유라고 한다. 우리는 원래 두레나 품앗이 등 협동의 전통을 가진 민족이다. 그런데 요즘엔 ‘동업은 망한다’는 인식이 더 자연스럽다. 실제 공동으로 창업하거나 경영하는 비율도 외국보다 현저히 낮다. 그야말로 ‘각자도생’의 시대다. 2020년 새해엔 우리 사회가 화살 꺾기 교훈을 새겨봤으면 한다. 너 죽고 나 살기는 공멸뿐이다.
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