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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수사 컨트롤타워… 입맛 안맞는 檢수사 차단 우려

입력 | 2019-12-31 03:00:00

[공수처법 국회 통과]내년 7월 출범 공수처 역할은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7월 고위공직자만을 수사하기 위한 독립기구가 신설된다.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척결해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의 신뢰성을 높이자는 게 도입 취지지만 공수처가 사정기관의 ‘옥상옥’이 되면서 공수처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검경의 수사는 원천 차단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공수처장, 검사 임명 방식부터 논란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7000여 명과 그 가족을 수사 대상으로 한다. 대통령과 4촌 이내 친척은 물론이고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판사 및 검사 △청와대 3급 이상 공무원 △광역시장 및 시도지사, 교육감 등이 포함된다. 공수처 검사는 25명 이내로 재판, 수사 또는 조사 업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력이 있는 변호사(자격 10년 이상 유지)가 임용되며 수사관은 40명 이내에서 임명할 수 있다.

하지만 공수처장 임명 방식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공수처장은 여야 추천 인사 각각 2명,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7명의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 중 6명의 찬성으로 후보자 2명이 추천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임명하게 된다. 이에 대해 야당은 “청와대가 입맛에 맞는 사람을 세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은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되는 만큼 야당이 절대적인 비토권을 가지고 있다”고 반박한다.

공수처가 신설되더라도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은 관련 범죄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 다만 공수처가 사건 이첩 요구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사건을 계속 수사할지, 공수처로 사건을 넘길지에 대해 공수처장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 이 때문에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컨트롤하면서 정권을 향한 수사도 자의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시각이다. 가령 검찰이 인지한 여권 인사 관련 비리 혐의를 공수처가 사건을 넘겨받은 뒤 수사를 지연시켜버리는 식으로 사건을 뭉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법 24조 2항이 추가된 부분은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수사에 대한 초법적, 독점적 기구로 기능할 수 있다”는 비판을 부르고 있다. 논란이 이어지자 4+1 협의체는 이날 본회의 전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인지한 고위공직자 범죄를 통보받은 경우, 공수처의 수사 개시 여부를 최대한 신속하게 회신하도록 수사처 규칙에 특정해 구체적으로 명시한다”고 추가로 합의했지만 독소조항의 부작용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는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공수처 검사의 자격 요건을 재판·수사·조사 경력 10년에서 5년으로 낮춘 부분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또는 각종 정부 산하 위원회에서 활동한 친여권 성향의 변호사를 쉽게 발탁할 수 있게 만든 조항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비대한 검찰 권력 분산” vs “문재인 정권 범죄 은폐처”

이날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공수처법이 통과됨으로써 비대한 검찰 권력이 분산되고 견제와 균형에 의한 민주적 통제의 자리로 검찰이 돌아와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공수처 도입이 검찰 권한 견제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다. 여권이 공수처 도입에 드라이브를 건 배경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등 검찰 수사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반면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북한 보위부, 나치 게슈타포 같은 괴물이 될 것”이라며 “공수처로 인해 대한민국의 국격은 북한이나 나치 같은 저열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강성휘·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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