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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 감독 “선수들에게 브러더로 불리고 싶어”

입력 | 2019-12-31 03:00:00

언어-문화 빨리 배우려 노력중… 라마단 금식 큰 고민거리중 하나




2020년부터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으로 새로운 지도자 인생을 시작하는 신태용 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30일 경기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엄지를 치켜세우며 도전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성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박항서 감독님(60)이 베트남에서 ‘파파(아버지)’로 불리니 저는 ‘브러더(형)’로 불리고 싶어요. 인도네시아 축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1년 반의 휴식기를 마치고 인도네시아의 각급 연령별 대표팀 감독을 맡아 그라운드에 복귀하는 ‘여우’ 신태용 감독(49)은 자신감에 찬 눈빛이었다. 지난해 6월 러시아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대표팀(A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신 감독은 새해부터 새 인생을 시작한다.

인도네시아 축구협회는 신 감독과 4년 계약하면서 A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 20세 이하 대표팀의 지휘를 모두 맡겼다. 30일 경기 성남 자택 인근에서 만난 신 감독은 “현재 인도네시아 축구는 약체(FIFA 랭킹 173위)지만 차근차근 성장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낯선 무대를 향한 의욕을 드러냈다. “통역사를 두겠지만 개인적으로 인도네시아어 공부도 열심히 할 생각이다.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에서 선생님을 붙여줘 일주일에 2, 3번씩 수업을 받을 계획이다.” 감독 계약식에서 인도네시아어로 인사를 건넨 그는 “인사말을 반복해서 외웠다 돌아서면 잊어버려서 정말 힘들었다”며 웃었다.

선수들과 적극적인 스킨십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의 문화를 파악하기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현지 한국대사관 직원 등을 통해 각종 팁을 전해 들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특정 선수의 단점을 지적하면 선수가 엄청난 모멸감을 느낀다고 한다. 일대일 과외 등 좀 더 세심하게 선수들에게 다가설 것이다.”

이슬람 문화권인 인도네시아는 라마단 기간에 선수들이 금식을 하기도 한다. 신 감독은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그들의 문화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선수들이 영양제 섭취 등으로 탄탄한 체력을 갖추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 감독은 3개의 대표팀을 동시에 지휘하면서 공통된 축구 철학을 주입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내년 1월 5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하는 신 감독은 내년 6월 4일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경기를 마친 뒤 귀국할 예정이다. 현재 베트남이 조 선두, 인도네시아가 최하위(5위)다. 신 감독은 “몇 달 동안 실력이 급격히 향상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인도네시아 축구의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는 멋진 경기를 펼치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성남=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