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세번째 특별사면]9년만에 선거사범 대규모 복권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0년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를 발표한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이 같은 답변을 두 차례 했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공성진 전 의원 등 정치인,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과 신지호 전 의원 등 선거사범이 복권된 것은 정부의 엄격한 사면 원칙을 벗어난 것이라는 질문에 곤혹스러워한 것이다.
약 10개월 전 3·1절 100주년 특별사면 논의 당시에는 “국민이 동의하기 어려우면 포함시키기 어렵다”고 했던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을 이번에 특별사면하면서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대통령에게 사면을 직접 상신한 김오수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이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범여권의 결집을 위한 ‘기울어진 사면’이라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는 2008년 총선과 2010년 지방선거 사범으로 형이 확정된 이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2012년 총선과 2014년 지방선거 이후 선거사범은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유죄 확정으로 10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돼 두 차례 총선이나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못한 선거사범에게 세 번째 기회를 줬다고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010년에 특별사면된 선거사범 수의 10% 수준”이라며 “판결문 당적을 기준으로 분류한 결과 여권 약 26%, 야권 약 46%, 기타(무소속 및 교육감) 약 28%”라고 밝혔다. ‘구색 맞추기’를 위해 공, 신 전 의원 등 야당 정치인을 복권시켰다는 비판을 불식하기 위한 것이다.
이 전 지사의 경우 정치인 사면의 엄격 제한 원칙이 깨진 것뿐만 아니라 부패범죄 사범을 예외적으로 사면시켰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전 지사의 경우 2011년 대법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그는 이 재판을 받던 도중인 2010년에도 또 다른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5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두 번째로 확정됐다.
여권이 내년 총선에서 표심 결집을 노리고 진보 성향의 교육계와 노동계 인사를 위해 사면 기준을 스스로 후퇴시켰다는 지적도 법조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된 곽 전 교육감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진영 단일 후보로 서울시교육감 자리에 출마해 당선됐다. 2012년 대법원에서 상대 후보자를 매수한 혐의로 징역 1년이 확정됐고, 피선거권도 10년 동안 박탈당했다.
2017년 대법원에서 불법 집회를 벌인 혐의로 징역형이 확정된 한 전 위원장을 복권시킨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가 “국민 대통합과 사회 통합을 지향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지만 최근 제1노조로 성장한 민노총의 표를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김동혁·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