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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게스트하우스 폭발, 가스배관 틈 벌어져있었다

입력 | 2019-12-31 03:00:00

가스레인지 켜자 ‘펑’ 폭발… 11세 어린이 의식불명-7명 부상
단독주택형은 정기검사 제외… 완공뒤 6년간 추가 점검 안해




8명이 다친 제주 게스트하우스 가스 폭발사고 현장을 감식한 경찰이 게스트하우스 내 가스레인지와 연결된 배관에서 벌어진 틈을 발견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경찰은 이 틈으로 새어나온 가스가 가스레인지 불꽃과 만나 폭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제주 서귀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29일 오후 6시 11분경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게스트하우스 투숙객 A 씨는 1층 주방에서 가스레인지를 켜기 위해 가스 밸브를 열었는데 이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로 게스트하우스 안에 있던 12명 중 8명이 다쳤다. 이 중 B 군(11)은 머리를 다쳐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7명은 화상이나 타박상을 입었다. 건물은 반쯤 부서졌다.

사고 현장을 둘러본 경찰과 소방은 가스레인지와 연결된 가스 배관의 마감 처리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현행법상 배관의 끝은 가스가 새지 않도록 ‘플러그’나 ‘캡’ 등의 나사로 막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고가 난 게스트하우스 가스 배관엔 이런 나사가 없었다.

가스 설비를 점검할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2013년 6월 준공 당시 이 건물을 점검해 시설에 문제가 없다는 ‘적합’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후로는 이 건물을 점검하지 않았다. 이 게스트하우스는 숙박업소가 아닌 단독주택으로 시에 신고하고 영업해왔기 때문이다. 가스안전공사는 호텔이나 모텔 등 숙박업소의 가스 설비는 1년에 한 번씩 점검하지만 단독주택 설비는 점검 대상에서 빠져 있다.

단독주택의 가스 설비 점검은 민간 가스공급업자들에게 맡겨져 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가스공급업자를 감독해야 하지만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사고가 난 게스트하우스의 가스 설비를 가스공급업자가 언제 마지막으로 점검했는지는 모른다”며 “지금은 업자들을 불러 가스 설비 점검을 제대로 하라고 교육하는 정도”라고 했다.

관할 자치단체들은 단독주택으로 신고하고 실제로는 숙박시설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농어촌지역 주택을 숙박업소로 사용하겠다고 신고한 전국의 ‘농어촌 민박’은 2017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 2만6578곳에 이른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