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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율 30%… 해 넘기는 르노삼성 파업

입력 | 2020-01-01 03:00:00

“기본급 인상” 요구 11일째 파업… 40%→33%→30%로 계속 떨어져
내부 “제대로 협상도 않고” 불만… 협력업체들도 우울한 새해맞이




지난해 12월 30일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정문 앞에서는 노동조합이 주최하는 집회가 열렸다. 박종규 르노삼성차 노조위원장 등은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며 “적정임금 보상받고 인간답게 살아보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1시간 20분가량 집회를 이어갔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해 12월 20일 ‘2019년 임금 및 단체협약’의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한시적으로 파업에 들어갔다. 30일 집회는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뒤 처음 연 집회였지만 참석자는 500명가량(경찰 추산)에 그쳤다.

노조가 파업을 선언했지만 이날 부산공장에는 전체 근로자 2100여 명 중 약 1600명이 출근해 자동차 생산을 이어갔다. 노조원 1700여 명 중에서도 70%에 가까운 1100여 명이 집회에 참가하는 대신 출근한 것이다. 상당수 조합원이 집행부의 지시를 어긴 것이다.

통상 자동차는 컨베이어벨트 생산 방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일부만 파업을 하더라도 전체 생산 공정이 중단된다. 르노삼성 사측은 이 때문에 야간 생산을 중단하고 주간 8시간 통합 근무로 대응하면서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조원의 파업 참여율은 지난해 12월 23일 40.1%에서 26일 32.9%, 31일 30.1%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조업에 참여한 노조원 사이에서는 노조 집행부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모 씨(43)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아 미안하긴 하지만 제대로 된 협상 없는 파업 선언에 공감하기가 힘들다”며 “민노총과 연대한 이후에 너무 강경한 노선으로 치우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까지 고객에게 인도하기로 약속한 차들이 있는데 그것마저 무책임하게 내팽개칠 수는 없다”고도 했다.

현장에서는 위탁 생산하던 닛산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의 후속 물량 단절로 결국 일감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도 느껴졌다. 조합원 정모 씨는 “사실상 노노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데 나와서 일을 해야 돈을 벌어 갈 수 있지 않느냐”며 “앞으로 1교대 근무 등이 현실화될 수도 있는데 회사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지역의 대표기업인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11월까지 15만2439대를 생산해 2018년 같은 기간보다 생산량이 24.2% 줄었다. 2019년 초 파업에 이어 닛산 로그 수출 물량이 축소되면서 연간 생산량이 5만 대 이상 줄어든 탓이다. 이미 상당수 협력업체들이 노조의 파업으로 완성차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연말 공장 가동을 멈추는 등 협력업체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자동차업계 노조의 대표 격인 현대자동차에서는 새로운 노조 집행부가 최근 “이른바 ‘뻥파업’은 노조원들도 식상해한다”고 밝힌 가운데 자동차업계에서는 이제 과거의 습관적인 파업 관행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르노삼성차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노조원들도 아는 상황에서 무리한 파업을 벌이면서 빚어지는 일들”이라며 “자동차업계가 생존 경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뚜렷한 명분 없는 파업은 내부적으로도 호응받기 힘들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