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발을 동동 구르다, 통통 뛴다… 신춘으로 온 내 봄을 맞는다
● 당선소감 시조
● 당선소감 시조
정인숙 씨
병아리 혓바닥만 한 싹이 비척한 땅을 뚫는다. 고물상 앞을 지나다가도 글이 보이면 쭈그려 앉는다. 폐휴지 더미에서도 훔치듯 글을 따먹었다. 거리의 간판들도 내겐 신기한 먹을거리가 되어 입 가득 말을 물고 부르르 손짓하면 휘파람 음률이 생겼다.
봄이다. 봄이 왔다. 똑같은 하루가 왜 이리도 긴 건지. 휘청거리는 다리를 볏단처럼 묶어 간신히 앉는다. “봄이 왔어요.” 허공에 대고 소리친다. 권투 경기처럼 잽도 날려본다. 발을 동동 구르다, 통통 뛰다, 신춘으로 온 내 봄을 맞는다.
△1963년 서울 출생 △수산물 거래 개인사업
▼우울한 도시 풍경 심도있게 묘사… 소시민의 의지도 잘그려▼
● 심사평 시조
● 심사평 시조
최종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한 작품은 ‘물의 어머니’ ‘이정표로 뜨는 달빛’ ‘모죽’ 그리고 ‘선 잠 터는 도시’였다. ‘물의 어머니’는 수사가 근사하고 터치가 시원시원해 모던한 느낌이 들었다. 같은 작가의 ‘명자꽃’도 탄력성 있는 언어가 비눗방울이 되어 날아다니는 느낌이었다. 그런 장점에 비해 울림이 부족했다. ‘이정표로 뜨는 달빛’도 표현 능력은 무난해 보였으나 내용 면에서 다소 단순했다. 그 작품 셋째 수에는 눈에 익은 가난 얘기가 나온다. 당선에 값할 만한 내용의 세목이 부족해 보였다. ‘모죽’의 경우 작품 완성도나 내용의 깊이에서는 단연 돋보였다. 그래서 여러 번 읽고 토론했지만 어휘 사용 면에서나 소재 면에서 신선함이 부족했다.
이우걸 씨(왼쪽)와 이근배 씨.
1부의 경우 인력시장의 가혹한 풍경을 그려놓고 2부는 인력시장 밖의 그늘을 그려놓고 있다. 2부 종장의 ‘몸피만 부풀린 도시/신발 끈을 동여맨다’는 이 시조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다. 외화내빈의 카오스 속에서도 그 생활에 절망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고자 하는 소시민의 의지가 잘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부디 삶에 뿌리내린 건강한 시정신으로 한국 시조문학사의 내일을 만들어가는 일꾼이 되길 바란다. 대성을 빈다.
이우걸·이근배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