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팀서 2020 새해 맞는 류현진… 타자 친화적인 토론토 홈구장에 낯선 AL 동부지구 강타자들까지… 새 환경서 넘어야 할 고개 높지만 ‘내 공만 좋으면 된다’ 힘찬 도전
‘99번’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토론토 안방 로저스센터에서 “100% 전력투구”를 약속했다. 토론토와 계약 전까지 노란색으로 머리를 염색했던 류현진은 계약 후 토론토의 상징색인 파란색으로 머리 색을 바꿨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99번’ 류현진(32)이 ‘100%’를 약속했다. 류현진에게 4년 8000만 달러(약 925억 원) 계약을 안겨 준 토론토는 캐나다의 전설적인 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의 등번호 99번을 내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할 때 류현진의 등번호는 15번이었다. 이듬해 일본과 미국을 거쳐 한화에 복귀한 선배 구대성이 15번을 가져가면서 99번으로 바꿔 달았다. 처음엔 큰 의미를 두지 않은 번호였지만 이내 “1999년 한화 우승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며 99번에 애착을 보였다.
99번 류현진의 야구는 ‘1%’를 채워 가는 과정이었다. 7시즌 동안 명실상부한 KBO리그 최고의 투수였지만 더 큰 꿈을 위해 MLB 도전을 선언했다. KBO 출신으로 빅리그에 연착륙한 사례가 없기에 우려의 목소리도 컸지만 류현진은 첫 시즌에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며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냈다.
위기도 있었다. 2015년 왼 어깨 관절와순 파열로 수술을 받았을 때는 복귀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기에 성공한 선수는 꽤 있어도 어깨 수술 뒤 원래 구위를 회복한 선수는 흔치 않았다. 하지만 류현진은 보란 듯이 재활에 성공했다. 전성기의 구위를 되찾은 것은 물론이고 수술 이후 컷 패스트볼이라는 새 무기까지 장착하며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최근 ‘동아스포츠 대상’ 시상식에서 만난 류현진은 동아일보 100주년을 축하하는 메시지와 함께 자신의 새로운 시즌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새해 류현진은 다시 한번 100%를 향해 달린다. 1월 초 일본 오키나와에서 개인 훈련을 진행하는 류현진은 함께 MLB에서 뛰게 될 김광현(31·세인트루이스)과 KBO리그의 정우람(34·한화), 송은범(35·LG)과 같은 숙소를 쓰며 훈련할 예정이다. 류현진과 송은범은 동산고 선후배로 매우 가까운 사이다. 송은범, 김광현, 정우람은 2000년대 후반 ‘SK 왕조’를 만들었던 주역들이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