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일 법무장관 임명할 듯
추 후보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신년 특별사면 안건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당일인 지난해 12월 30일 인사청문회를 했다. 청와대는 그 다음 날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법 제6조 등에 따라 추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1일까지 송부해 줄 것을 국회에 다시 요청했다”고 밝혔다. 송부 시한을 이틀로 정한 것이지만 1일이 휴무일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회에 만 하루도 안 되는 시간만 준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인사청문보고서 송부 요청 기한을 이틀로 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오지 않으면 2일 추 후보자를 임명할 계획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이 추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현 정부 들어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되는 장관급 인사는 23명으로 늘어난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사 인사 제청권이 장관에게 있는 점과 검찰 고위 간부의 인사 관례에 비춰 보면 이 소문의 신빙성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사위원회와 장관의 제청권, 대통령의 임명 등 형식적 절차보다는 청와대 의중이 인사에 더 많이 반영되어 왔고, 검사장 이상급의 검증 자료 역시 별도의 작업 없이도 청와대 내부에 이미 축적돼 있다는 것이다.
추 후보자는 여러 차례 대대적인 인사를 예고한 상태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검찰 인사는 검찰총장과 협의하는 게 아니라 듣는 것”, “나날이 신뢰를 잃어가는 검찰을 보면서 지휘 감독하는 자리에 가면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을 조속히 찾겠다”는 말을 쏟아냈다. 법무부 장관의 권한인 검사 인사 제청권, 검사에 대한 감찰권, 수사지휘 권한을 강력히 행사해 이른바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의 면모를 유감없이 내보이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연초에 인사가 단행되면 지난해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둘러싼 검찰 수사를 기점으로 촉발된 여권과 검찰의 균열이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적폐 수사를 기점으로 형성된 밀월관계는 종지부를 찍은 지 이미 오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찰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을 파헤치면서 김경수 경남도지사,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관리실장, 천경득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이 조사를 받았다. 여권의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집중적으로 건드리다 보니 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철호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까지 수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는 극도의 반작용으로 돌아왔다. 전날 여권은 공수처 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검찰의 독점적 기소 구조를 깨뜨리는 반격을 가했다. 검찰에서는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는 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추 후보자가 임명된 뒤 검찰에 인위적인 인사를 단행하면 수사 자체가 무력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수사권을 갖고 있는 검찰이 꺼내들 수 있는 반격 카드는 청와대를 향한 계속 수사 외에는 없는데, 수사 지휘 라인이 갑자기 교체되면 수사 강도가 일시적으로 주춤할 수밖에 없다.
장관석 jks@donga.com·박효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