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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은 대미 압박 발언 쏟는데…트럼프 “김정은, 약속지키는 사람”

입력 | 2020-01-01 18:12:0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31일(현지 시간) ‘새로운 전략 무기’를 언급하며 대미 압박 발언을 쏟아냈지만 미국은 일단 대화에 중점을 두는 기조를 유지하며 대응을 자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그가 성탄 선물에 대해 특정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을 안다. 그 선물이 (미사일이 아닌) ‘아름다운 꽃병’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4일 “북한이 어떤 성탄 선물을 보내더라도 성공적으로 처리할 것”이라며 “북한이 좋은 쪽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 수도 있다. 내게 아름다운 꽃병을 보낼 지도 모른다”며 처음 ‘꽃병’을 언급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2018년 6월 제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비핵화에 합의했음을 언급하며 “그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를 좋아하고 그도 나를 좋아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을 자극할만한 발언은 피하고 친분을 강조함으로써 북한의 도발 및 노선 변경을 막아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옳은 결정을 하길 바란다. 그가 ‘충돌과 전쟁’ 대신 ‘평화와 번영’을 선택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CBS 인터뷰에서는 “북한 지도자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약속을 어긴다면 매우 실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예상했던 수위”라며 “그가 미국의 향후 입장에 따라 대화의 여지를 남긴 것을 명분삼아 중국이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한 목소리를 더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였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CNI) 한국담당 국장은 동아일보에 보낸 논평에서 “김 위원장이 위험한 지정학적 게임을 하고 있다”며 “미국의 더 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도박은 강도 높은 제재, 동아시아에서의 병력 증가,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식 트위터 위협 같은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나서면 암흑기에 들어설 것”이라며 “아주 작은 오판과 실수가 수백 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국전쟁 같은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 연구원도 “북한이 아직 ICBM 재진입 기술 등 완벽한 기술을 확보한 상황이 아니어서 실제 행동이 아닌 말로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워싱턴=김정안 특파원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