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은행에 방탄유리가 설치된 것은 강도 등 도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 일차적인 이유다. 중국은 국토 면적이 방대하고 국가 시스템이 미비해 범죄를 저지른 뒤 다른 성(省)으로 도망가면 잡기가 어렵다. 다른 성에 갔다가 교통범칙금을 부과받아도 원래 살던 곳으로 딱지가 날아오지 않을 정도다. 오랜 사회주의 체제에서 중국인들 사이에 형성된 ‘서로 못 믿는’ 문화가 은행 방탄유리에 아직도 투영돼 있다.
▷이런 ‘저(低)신뢰 사회’ 중국이 외국인에게 금융시장을 전면 개방한다. 보험회사와 선물회사, 증권사를 소유하는 외국인의 지분 제한을 없애 외국계 자본의 100% 지분 소유와 자유로운 영업이 가능해진다. 1일부터 외국인 소유 보험회사와 선물회사의 영업이 허용됐고, 4월에는 외국계 자산운용사, 12월에는 외국인 소유 증권사 설립이 시작된다. 인구 14억 명의 거대 시장이 열린다는 것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큰 기회다. 블룸버그는 개방되는 중국 금융시장의 규모를 45조 달러로 추정했다. 이미 선진국 금융회사들이 중국에 금융회사 설립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한국은 1990년 외국인에게 보험업을 개방하고 1992년엔 외국인 주식 투자를 10%까지 허용하는 등 금융시장을 개방했다. 중국도 우리처럼 외국인의 주식 취득 한도를 30%로 제한해 급격한 해외 자금 유출에 대비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지방은행에서 예금 인출 사태가 일어나고 지방정부와 기업의 과도한 부채 문제가 불거지는 등 부실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금융시장을 개방한다고 하니 금융시장 개방 이후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과 태국처럼 중국도 경제위기를 겪을지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태훈 논설위원 jefflee@donga.com